김무성 “절충안 부결되면 수정안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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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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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연일 강공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어… 소신 밝혔다고 비난하다니
朴전대표도 격한 감정 젖어… 대통령보고 강도라 안했나”

유정복 “정치철학 다르면 친박 아니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 18일 7개 국가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는 절충안을 제시한 데 따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측근그룹은 ‘김무성 절충안’의 파장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지만 김 의원은 “눈물로 진정성을 호소하겠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친이(친이명박) 진영은 친박 진영의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철학 다르면 친박 아니다” vs “정책적 소신을 밝힌 것”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 가치관, 신념을 공유해야 ‘친박’인데 정치철학이 다르면 친박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도 대체로 김 의원의 절충안을 비판하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인이 정책적 소신을 밝힌 것을 두고 ‘친박이냐 아니냐’고 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동안 박 전 대표와 나의 관계를 생각할 때, 한마디라도 하고 쫓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선배들의 말도 있더라”고 했다.

주사위는 던졌는데…19일 국회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회의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 역할을 해 온 김의원은 전날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경제 기자
주사위는 던졌는데…
19일 국회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회의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 역할을 해 온 김의원은 전날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경제 기자
김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에게 “관성에 젖어 거부하지 말라”고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친박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솔직히 (박 전 대표가) 대통령보고 강도라고도 하지 않았느냐. 격한 감정의 가속도로 관성에 젖었음을 지적한 것인데 왜 상대가 기분 나빠야 하느냐”고 격정을 토로했다.

그는 또 “‘부동의 미래권력 1위(박 전 대표)에게 왜 그러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소신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중대사를 임기 내에 (풀고) 가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인데 친박은 이걸 애국심으로 평가하면 안 되느냐”며 “처음에는 많은 의원들이 (원안에) 문제가 많다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한마디 하니까 싹 돌아섰다. 섭섭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이런 불신의 상황으로까지 온 것은 대통령 책임이 크다. 대통령이 깨끗하게 승복한 사람을 포용하지 않고, 같이 가자는 약속을 안 지켰다”며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역사의 죄인들이 지금도 나서겠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22일 의원총회에서 눈물로 중재안을 호소하겠다. 그래도 중재안이 부결되면 정부 수정안에 찬성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김무성 강공의 배경은?

김 의원은 절충안 제시를 박 전 대표와의 결별로 해석하는 기류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정책적 소신’과 ‘정치적 의리’는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여권 주류 진영과 강경 대치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절충안 제시에 따른 파장을 예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이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친박 의원들은 김 의원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은 ‘독자적인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은 “만류했지만 (김 의원이 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박 전 대표로부터 ‘쫓겨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강수를 둔 것일까.

여권에서는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이 이미 지난해 신뢰를 상실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주류 측이 김 의원을 ‘화합형 원내대표’로 추대하려고 했을 때 박 전 대표가 반대해 무산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주변에 “경선 때 모든 것을 던져 도왔는데 나에게 돌아온 것이 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같은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양해하에 정책위의장 경선에 출마하고 입각까지 한 점도 불만을 키운 요인이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을 친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원외 친박 인사들에게 “그 문제는 이미 정리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더는 박 전 대표의 그늘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 이외에 친이 진영도 아울러야 하는 원내대표를 준비하는 과정도 그의 독자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세종시 절충안은 정책적 소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경우 여론의 역풍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친박 의원들의 판단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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