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휴대전화로 내부정보 샌다” 대대적 색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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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성-보위부, 첨단장비 동원 주민 통화 추적
“南의 체제전복 시도 짓뭉개버릴 것” 연합성명

북한 당국이 내부 소식을 남한 정보기관과 언론사, 대북 소식지 등에 전달하는 정보 유출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착수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등이 첨단장비를 동원해 지난달 이후 탈북자 가족이나 중국 등 외부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주민들을 일제히 점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에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있는 주민들을 사법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정보소식통은 이날 “북한 보위부 등이 최근 중국 등지에서 휴대전화의 전파를 감지하는 첨단장비를 대거 도입해 주민들의 외부 통화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최근 북한 내부의 정보원이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며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전화나 e메일 등으로 나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탈북자단체 관계자도 “최근 외부 단체와 계약을 한 북한 내 정보원이 급증하면서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고 있다”며 “그들의 안전을 위해 최근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내부 정보 유출 혐의자 색출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화폐개혁 이후 내부 혼란상이 남한의 대북 소식지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8년 8월 건강 이상설이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의 동선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단속을 주도하는 인민보안성과 보위부는 8일 사상 처음으로 ‘연합성명’을 내고 “최근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체제 전복 시도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내부 정보 유출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지난달 15일 남측을 겨냥해 “무자비한 타격”으로 위협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외부로만 방송된 것과는 달리 이날 성명은 오후 3시경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까지 전달됐다.

성명은 “우리의 인민보안 및 안전보위군은 존엄 높은 사회주의체제 전복과 내부 와해를 노린 어중이떠중이들의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이며 반평화적인 책동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전면적인 강력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민족을 등지고 나라에 화를 몰아오는 역적무리들은 이 나라,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살아 숨쉴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행위에 대해서도 “전연(국경지역)에서 종심(내륙)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또 남한 정부를 겨냥해 “우리의 체제와 나라의 안전을 해치려는 반공화국 광신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성명은 특히 “우리에게는 아직 다 말하지 않고 다 공개하지 않은 최첨단의 세계적인 타격 역량과 안전보위 수단이 있다”며 “온갖 불순세력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정의의 보복성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북한에 대한 핵 폐기 요구, 군사·정찰 활동,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및 비상통치계획 ‘부흥’ 등을 열거하며 비난했다. 또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통일부, 외교통상부의 수장을 ‘경인(庚寅) 4적’이라고 부른 데 이어 이번 성명은 국군기무사령부까지 포함해 ‘현대판 을사오적’이라고 비방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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