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박근혜 ‘세종시 수정안, 나는 반대’ 발언 해석 놓고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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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대결 의지? “일부 타협론에 쐐기… 전열 재정비”
퇴로 마련 포석? ‘나는’에 방점… “친박에 자유투표 여지”
MB “의연하고 당당히 처리”

‘박근혜 전 대표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 나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7일 저녁 재경(在京)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엄밀히 말하자면 당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나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사덕 의원의 타협론에 쐐기를 박고 전열을 정비해 정면대결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해석과 본인은 수정안을 거부하겠지만 다른 친박계 의원들에게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쐐기론은 박 전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강한 톤으로 수정안에 반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청와대는 그동안 친박계 쪽에 “수정안이 발표된 뒤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를 제거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허태열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일부 의원은 8일 오찬을 함께하며 “이제 세종시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 절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집을 다졌다고 한다.

반면 선택권론은 “나는 반대한다”라는 박 전 대표 발언에서 ‘나는’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유의 원칙론에 입각해 본인은 기존 견해를 바꾸지 않겠지만 다른 친박계 의원들에게는 자유 투표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퇴로를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수정안이 나오면 여론이 많이 바뀔 텐데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찬을 함께한 뒤 정몽준 대표와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가 고심해서 안을 만들고 있으니, (수정안이) 나오면 충청도민에게 당이 잘 설명해 달라”며 “세종시 문제는 정면돌파로 풀어야 하며 진심을 터놓고 얘기하면 통할 것이다. 당에서 충청 여론 수렴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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