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의원들 ‘4대강 예산’으로 충돌→파행 빚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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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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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예산 증액’ 챙길건 다 챙겼다
위원장 지역구 사업 1000억
소속 여야의원들도 수백억씩
대폭 늘려 예결특위로 넘겨

8일 내년도 상임위 예산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적법성 논란이 인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정부 원안에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안을 대폭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토위 예산안에 따르면 국토위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26조7484억 원의 예산(4대강 예산 3조5000억 원 포함)에 3조4801억 원을 늘렸다. 그 대신 국토위 여야 의원들은 정부 예산안 중 교통체계효율화사업 등 141억 원을 깎아 결과적으론 예산이 3조4660억 원 늘어난 셈이 됐다.

증액 내용을 보면 이병석 국토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허천, 민주당 박기춘 간사와 예산안 의결에 반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위원장의 지역구(경북 포항북)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울산∼포항 복선전철 건설 예산은 1000억 원이 늘어났다. 포항∼삼척 철도 건설에 900억 원, 울산∼포항 고속도로 건설에 400억 원, 포항∼영일만 산단1, 2진입도로 건설에 100억 원이 각각 늘었다. 이 위원장 지역구에 인접한 포항남∼울릉은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이다.

허 의원(강원 춘천)과 관련해 증액된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은 △경춘선 복선전철 건설(400억 원) △춘천∼동면 국도 건설(88억 원) △춘천∼신남 국지도 건설(80억 원) 등이다. 내각∼오남 국가지원지방도로 건설 예산으로 152억 원이 증액된 것은 민주당 박 의원(경기 남양주을)과 관련된 사업으로 보인다.

이 외에 국토위 소속 다른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사업예산이 늘어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건설(800억 원 증액)은 민주당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 성남∼장호원 지역간선국도 2, 3차 건설 예산(900억 원 증액)은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경기 성남수정)의 지역구 및 인접지역 관련 사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 건설 예산도 2300억 원이 늘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위는 도로 및 철도 건설 등 지역 민원이 많이 걸려 있는 ‘알짜’ 상임위”라며 “국토위 의원들은 관례적으로 여야를 떠나 당내 의원들의 민원을 받아 상임위 증액 예산에 적극 반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탓인지 민주당 의원들도 8일 전체회의에서 4대강 사업예산 3조5000억 원이 원안 통과된 것을 문제 삼을 뿐 다른 사업 증액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4대강 사업 같은 정치적 쟁점이 되는 예산에 대해선 대립하지만 상임위에서 지역구 사업이나 민원성 사업 예산 증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여야가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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