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정책개발비, 의원들 91억 그냥 나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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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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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대충… 허위 영수증 많아
의원 1인당 年600만원은
증빙자료 없이 균등 지급

국회의원들에게 입법과 정책개발 활동 지원을 명목으로 연간 총 90억 원가량 지급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91억6700만 원의 내년도 정책개발비 예산안을 원안대로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정책개발비는 2005년 7월 여야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신설했다. 국회사무처가 올해 초 각 의원실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정책개발비 지원 대상은 ‘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을 위한 모든 행사 및 활동(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간담회 등)’이다. 올 한 해 의원들이 영수증을 갖춰 신청하면 지급받을 수 있는 정책개발 기본 및 추가지원금은 1인당 2413만1000원. 21일이 신청 마감일이다. 여기에 추가로 ‘균등 인센티브’라는 명목으로 연간 600만 원이 지급되는데 이 돈은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원금이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감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수증 제출이 요구되는 기본 및 추가지원금의 경우 ‘허위 영수증’ 첨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여러 의원실 관계자들의 진술이다. 하지만 매년 초를 비롯해 한두 차례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지만 정책개발비가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은 “정책개발비는 감사원도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원실에서 ‘허위 영수증’을 첨부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자료발간비 부풀리기’와 ‘세미나 공청회 등의 가짜 식비 제출’이다. 한나라당 A 의원실은 최근 국정감사 자료 200여 부를 찍은 뒤 2000부가량을 발간한 것처럼 영수증을 만들어 제출하고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A 의원 보좌진은 “100만 원도 안 들었지만 잘 알고 지내는 인쇄업자에게 부탁해 600만 원짜리 영수증을 만들었다. 국감자료를 책자로 내는 목적의 하나는 정책개발비 신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B 의원실은 하지도 않은 세미나를 열었다며 식비 영수증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수십만 원씩을 청구해왔다고 한다. B 의원 보좌진은 “(세미나와 무관한) 식비 영수증을 내면서 회의와 관련된 것으로 꾸미면 사무처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600만 원의 경우 ‘인센티브’라는 명목이 무색하게 성과에 따른 차등이 전혀 없이 매월 5일 모든 의원에게 50만 원씩 균등하게 나눠준다. 어느 곳에 어떻게 썼다는 ‘집행내용확인서’만 사후 제출하면 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나눠 먹기식으로 배분되고 사후 감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으니 의원들의 쌈짓돈처럼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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