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소요 움직임… 軍에 전투태세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러 언론 보도… 여러 도시서 ‘화폐개혁은 강도 같은 정책’ 비판
“김정일 화폐개혁 극비지휘
신권 수송 예행연습 지켜봐”
탈북자 운영 대북방송 보도

지난달 30일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군이 소요 사태에 대비해 전투준비 상태에 들어갔다고 러시아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북한 내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여러 도시에서 이번 화폐 개혁을 ‘강도와 같은 정책’이라며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이 때문에 당국이 소요 사태 발생에 대비해 군에 전투 준비 태세를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또 화폐개혁 기간 북한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야 하고 주민들은 그동안 모아뒀던 돈을 쓸 수 없게 되면서 크게 당황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파견된 많은 외교관들이 북한 당국의 화폐 개혁을 되돌리려고 여러 모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휘한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인민보안성(경찰청)을 찾아가 13시간의 예행연습까지 지켜봤다고 탈북자들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이 4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지난달 22일 김 위원장의 인민보안성 방문을 보도한 바 있다. 북한 고위 간부로 재직하는 소식통이 자유북한방송 통신원에게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화폐개혁 조치를 하기 10여 일 전에 인민보안성을 전격 방문해 청사에 있는 작전상황실을 찾았다.

김 위원장의 보안성 방문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그가 북한 최고 통치자가 된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작전상황실에 나타난 이유는 ‘최고사령관의 특별명령’을 전국의 군, 구역 보안서(경찰서)에 하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명령이 떨어진 즉시 내각 재정성과 보안성이 보유한 특수차량들이 최고사령관의 특별명령을 담은, 봉인한 지시문을 싣고 전국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보안성 작전상황실에서 특수차량과 지시문이 움직이는 경로 등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에게 작전 완결 보고가 전달된 것은 13시간 뒤. 김 위원장은 큰 만족을 표시하고 보안성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청사를 떠났다고 한다. 10여 일 뒤인 지난달 30일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시 김 위원장이 지켜본 과정과 똑같이 진행됐다. 새 화폐를 실은 차량들이 비밀리에 각 도, 시, 군의 중앙은행에 도착한 뒤 정복차림의 보안원 및 보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폐교환이 실시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992년의 북한 화폐개혁 때에도 화폐 비밀수송에 참가한 사람들은 화폐개혁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때까지 짧으면 사흘간, 길게는 보름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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