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광역단체장 3人의 ‘黨心과 民心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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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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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살리는 영산강-새만금사업 정치적 왜곡 말아야”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 광역자치단체장 3명이 최근 민주당 당론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2일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손을 잡고 사업 성공을 기원했다.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이 대통령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들의 눈에 띄는 행보에 대한 이유를 알아봤다.》

■ 박광태 광주시장

4년 전 영산강 복원 공약
환경단체 반대 개의치 않고
“세계적 명소 될 것” 호언

일부선 “내년 선거용” 비판


“민선 4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광주 전남) 시도지사가 영산강 뱃길 복원 공약을 내세우고 준비를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영산강 희망선포식’ 행사에 함께 참석해 ‘개발론’ 소신을 편 박광태 광주시장(사진)은 23일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민주당에서는 ‘4대강 살리기’나 대운하 문제는 당론으로 반대하는데 당원으로서는 당과 모든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영산강 문제는 4년 전 선거공약으로,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뱃길도 복원하고 관광자원화도 하고, 시민들이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2006년 시장선거 당시 “21세기 영산강 시대를 열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는 당시 선거공보를 통해 “광주에서 목포까지 영산강 뱃길을 복원해 (광주가) 서해와 만나는 ‘21세기 영산강시대’의 대역사를 시작한다”며 “영산강은 물류와 관광의 세계적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호언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당시 “경제성과 환경성 측면에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뱃길 복원사업보다는 실질적인 수질개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뱃길 복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박 시장의 이번 발언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23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낙동강을 제쳐둔 채 영산강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대대적 홍보를 하는 것은 호남 여론을 분열시키고, 영산강사업을 낙동강사업의 들러리로 세워 여론을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꼼수정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다음 시장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광주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이번 발언이 ‘다목적용 카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민주당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받는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좋은 만큼 박 시장이 내년 시장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승부수’를 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돼 영산강 환경이 좋아졌을 때 박 시장이 사업에 반대했다는 ‘꼬리표’가 붙어있으면 본인의 정치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설사 민주당과 마찰이 생겨 내년 시장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을 위험도 있지만 인기 있는 현역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하기에 부담이 있고, 설사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도 여론만 좋다면 무소속으로 나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 박준영 전남지사

“영산강 관광자원 활용”
당론과 다른 소신 안 굽혀

“지역 위해 총대 메” 분석에
“공천탈락 대비카드” 해석도


“영산강만큼은 오랫동안 뭔가를 하지 않으면 강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영산강이 새로운 문명 중심지로 바뀔 것이다. 모든 지역기업인이 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박준영 전남지사(사진)는 22일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행사에 앞서 광주 광산구 한 음식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시, 전남도 지역경제 활성화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박 지사는 2004년 전남지사 보궐선거 당시 영산강 뱃길 복원 사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다. 박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영산강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재정자립도가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탓에 국가 예산 지원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였다. 정부가 확정한 영산강 살리기 사업규모는 총 2조6461억 원. 죽어가던 영산강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대역사(大役事)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도 컸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6월 박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농업용수로조차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진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작은 유람선을 띄워 영산강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남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박 지사의 찬성 입장을 잘 알고 있는데 야당과 일부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박 지사는 “영산강 사업에 한해서는 당 방침과는 좀 다르며 영산강 사업을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영산강 살리기는 꼭 필요한 줄 알지만 당론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사업에 찬성하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셈.

박 지사의 소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남도민의 편익 증대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것에서부터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선물’을 받아내기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협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일각에서는 언론인 출신으로 김대중(DJ)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까지 지냈지만 현 민주당 지도부와 정치적 뿌리가 다른 박 지사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권을 쥔 현 지도부와 긴밀한 유대관계가 없는 만큼 내년 선거에 대비해 영산강 살리기에 호의적인 지역 여론을 이용해서 재선을 노릴 것이란 분석이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김완주 전북지사

MB에 ‘새만금 충성편지’ 후
전북 대표 정치인 2위 올라
지역민들 새만금 개발 호응

민주선 “해당 행위” 비난


23일 민주당에서는 김완주 전북지사(사진)와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가 새삼 화제가 됐다. 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는 7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른바 ‘새만금 충성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 출당 요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에 이어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 2위로 꼽혔다. 민주당의 시각에서 볼 때는 180도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의 대규모 건설, 토목공사 유치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영산강 살리기에 나선 것을 지지하는)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문제에 섣불리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지사는 7월 29일 이 대통령에게 A4용지 4쪽 분량의 편지를 보내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 종합계획안에 대해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절을 올린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농지 비율을 72%로 하는 기본 구상을 토대로 마련된 새만금특별법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한동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농지 비율을 30%로 줄이고 산업 관광 등 비농지를 70%로 늘리는 내용의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김 지사는 2007년 9월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새만금 공사현장을 방문했을 때 “한나라당이 계속 새만금특별법 통과를 막는다면 한나라당은 전북 도민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쏘아붙인 적이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라”고 반박했었다. 그랬던 김 지사의 편지가 청와대의 공개로 알려지자 민주당에서는 “심각한 해당(害黨)행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민생정치모임)거나 당 윤리위원회 회부, 출당 조치를 요구하는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지난달 중순 전북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11월 초 보도)에서 응답자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무소속 정동영 의원(40.8%), 김 지사(25.2%),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강봉균 의원(8.8%), 민주당 정세균 대표(7.3%) 등의 순으로 꼽았다. 김 지사가 정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 등 전북 출신 민주당 핵심 인사들을 압도한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52.9%는 김 지사의 대표 정책으로 ‘새만금 개발’을 꼽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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