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협상 수정해준 美에 보답?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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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김종훈 통상본부장과 인사하며 “우린 할 일이 많다”
정부 “재협상도 추가협상도 아닌 추가논의 정도”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자동차 문제를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전개될 양국 간 협의가 어떤 성격이 될 것인지 관심을 끈다. 국가 간 협정을 다시 논의할 때는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재협상은 협상을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거나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이다.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 올해 초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현 상태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힐 때도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추가협상(additional negotiation)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기존 협정문을 그대로 둔 채 부속서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협상도, 추가협상도 아닌 ‘추가 논의’ 내지는 ‘추가 협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정도만 해줘서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미국이 공식 요구도 하기 전에 먼저 물러설 기미를 보여선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자동차 부문에서 합의 내용에 손을 대면 한국 내에서 “농업이나 서비스업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 한국 정부로선 부담스럽다.

미국은 지난해 촛불시위로 한국 정부가 곤경에 빠지자 쇠고기 수입 조건을 변경하자는 한국 측의 추가협상 요구에 응했다. 양국은 협정은 손대지 않고 부칙의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했다. 이제 양측의 입장이 뒤바뀐 상태에서 자동차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게 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배석자들과 인사를 하던 중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We have a lot of work to do(우리는 할 일이 많다)”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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