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해법’ 꼬여가는 여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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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조짐 친이
일부 온건파 “출구전략 필요”
강경파 “사익 위해 원안고수”
이상득 “법개정 어렵지않나”

강경해진 친박
“잘못되면 역사적 책임져야” 대정부질문 鄭총리 정조준

선긋는 박근혜
정몽준과 통화 보도에 불만
“특위인선 당이 알아서 할일”


세종시 논란 속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의 3각 조율이 거듭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갈등은 물론 친이 주류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작 세종시 문제를 풀어야 할 여권 내부의 정무 기능이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면서 사전에 박근혜 전 대표 측과 긴밀히 조율하지 못한 점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고 있다. 세종시 대안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측을 자극해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는 세종시 드라이브에 대해 당 지도부 일부에서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 친이 강경-온건파 시각차

세종시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자 친이계 내부 사정도 복잡해지고 있다. 친이계 일부 온건파 의원은 ‘세종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당내 친박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마냥 밀어붙일 수 없을 경우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의원은 최근 “현 상황에서 세종시 법 개정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지도부도 세종시 논란에서 밀릴 경우 당을 지킬 수 있는 방어선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친이재오계와 4월 재·보궐선거 이후 ‘7인 성명 파동’을 주도한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 강경파 의원은 ‘세종시 수정 사수대’ 역할을 자임하며 친이계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발언에 대해 “차기 대권을 겨냥한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적 사익 추구의 행태”라며 “박 전 대표를 포함해 수정안을 좌절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여옥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세종시 문제는 폭탄 돌리기처럼 돌다 이 정부에 떨어진 문제”라며 “박 전 대표가 말한 신뢰는 본인이 늘 이야기했던 국익을 위한 신뢰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친박 “ 잘못되면 역사적 책임을”

친박 측에서도 온건파의 입지는 약해지고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수정을 주도하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정면 공격했다.

이 의원은 “정 총리는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세종시 문제를 꺼내 정치권을 소용돌이에 빠지게 하고 국민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했다”며 “만일 총리가 하는 (세종시 관련) 일이 잘못되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무위원 중 얼굴에 칼 맞고 죽을 뻔하면서 이 정권을 만들어낸 사람 있냐. 어디서 잘 먹고 잘살다가 이제 와서…”라며 “최근 보니까 조직적으로 (세종시 수정에) 나선 것 같은 인상이다. 청와대 지침이냐, 총리가 원하는 방향이냐”고 따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박 의원들의 세종시 특위 참여문제에 대해 “내가 얘기할 사항이 아니고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정몽준 대표와 특위 인선 문제에 관해 통화할 때는 “나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자신이 전날 정 대표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특위 구성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에 대해 “엉뚱한 보도가 됐다. 오늘 아침에 (정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 ‘이렇게 되면 전화하기도 겁난다’고 했더니 (정 대표가)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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