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 최종일 이모저모

  • 입력 2009년 10월 1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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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석 이산가족상봉 마지막 날인 1일 오전 금강산 면회소에서 작별상봉이 열렸다. 북측 형님을 만나러 온 최충원씨가 오열 후 실신하자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추석 이산가족상봉 마지막 날인 1일 오전 금강산 면회소에서 작별상봉이 열렸다. 북측 형님을 만나러 온 최충원씨가 오열 후 실신하자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마지막날인 1일,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60년 헤어짐의 시간에 비춰 너무 짧았던 2박3일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까지 함께 있지 못한 안타까움을 삼키며 작별상봉을 끝으로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

=상봉 내내 밝은 모습이던 북측 누나도 결국..=

0...상봉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북측의 김해숙(76.여)씨도 끝내 오열했다.

"해죽해죽 웃어 이름도 병옥이에서 해숙이로 바뀌었다"며 60년만에 만난 김병진(71)씨 등 남측 동생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던 김씨.

이날 오전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도 눈물짓는 동생들을 향해 "눈물 흘리지 말라"며 손을 꼭 잡았던 김씨였다.

하지만 작별상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 김씨는 창가로 손을 내미는 동생들과 올케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다 꾹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은 김씨는 그저 "건강하라, 건강하라.."는 말만 되뇌었다.

="형님 아이들 서울서 족보에 다 올리겠다"=

0...남측의 동생 최병오(73)씨는 북측 형님 최병욱(80) 할아버지에게 북측에 있는 조카들의 이름을 족보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병오씨는 금강산 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상봉 자리에서 남북에 흩어진 가족들의 이름을 '수성 최씨 가계도'라고 적힌 메모지에 적은 뒤 이를 형님에게 보여줬다.

병오씨는 "비록 얼굴은 못 봤지만 형님 아이들이고 내 조카"라며 "서울에 돌아가서 꼭 족보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형님 병욱씨는 동생에게 "남은 가족들도 꼭 보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형제는 헤어지기 직전 "몽금포에서 동쪽으로 150리 떨어진 데 있다" "온양온천에서 가까운 충남 예산이다"며 집주소를 서로에게 확인해주기도 했다.

병욱 할아버지는 전날 팔순을 맞이해 남측의 가족들이 초코파이로 마련한 간소한 생일상을 받기도 했다.

=버스 시동 걸리자 가족들 오열=

0...오전 10시10분께 북쪽 가족을 태운 버스의 시동이 걸리자 버스를 둘러싸고 있던 남쪽 가족들은 버스에 매달려 오열했다.

남쪽 의료진들은 행여나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충격으로 쓰러질까봐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조카들이여, 자손만대 행복해라"=

0...남측의 동생 고재현(74)씨와 만난 북측 고재학(77)씨는 이날 오전 10시 작별상봉이 끝난 뒤 조카손자 영호(9)군과 이별 뽀뽀를 했다.

재학씨는 손자에게 "언젠가 통일이 되면 꼭 다시 만나자. 잘 있어라"라고 이별의 인사를 전했다.

재학씨는 앞서 실내 작별상봉에서 '얼굴도 모르는 조카들이여. 부디 자손만대 행복하고 건강하라. 이것만이 이 삼촌의 부탁'이라는 내용의 남측 조카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적어 재현씨에게 전달했다.

=동생 손에 반지 끼워줘=

0...북측의 동생 최진현(76)씨와 작별을 앞둔 누나 진립(81)씨는 동생의 손만 만지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기약없는 이별을 앞두고 동생에게 더 줄 것이 없는지 찾던 최씨는 손에 있던 반지를 말없이 동생 손가락에 끼웠다. 진현씨도 누이가 끼워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정 전 의원 "이산가족 청와대로 초청해 슬픔 들어보라"=

0...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 사촌형을 만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민족의 아픔, 슬픔을 헤아리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며 "이산가족 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슬픔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며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면 국가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의 좋은 점을 계승하려는 자세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철학이자 중도실용"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령자 되시면 만날 수 있다"=

0."통일될 때까지 꼭 살아 계시라"

이번 행사 참석자중 최고령자인 김유중(100) 할머니의 북측 딸인 리혜경(75)씨는 작별상봉장인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만난 어머니에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 같이 말했다.

혜경씨는 김 할머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고 김 할머니는 "잘 사니까 걱정 없다"며 "오랫동안 잘 살면 돼"라고 답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인 이도성(58)씨는 "세계에서 최고령자가 114세인 일본 할머니인데 어머니가 기록을 깨시면 된다"며 "누님도 건강하시면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별상봉을 마무리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혜경씨는 자리에서 힘들게 몸을 일으키더니 휠체어에 탄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려 주위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

=60년 만에 재회한 부부 다시 이별=

0...북측 남편 로준현(82)씨와 남쪽 아내 장정교(83)씨는 꼭 쥔 손을 놓지 않았다. 평생 수절한 아내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남편의 손에 얼굴을 묻기도 했다. 남쪽 아내가 "전화 연결할 수 있어요"라고 하자 남편은 안타까운 말투로 "안돼, 안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로씨는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되냐"면서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때 손을 잡고..그게 진짜래"라고 가족들을 달랬다.

장씨는 "점심도 못먹고 우짜노, 이래 갈 수가 있나"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작별상봉이 마무리되고 로씨가 행사장을 떠나는 순간 장씨는 남편을 꼭 끌어안은 뒤 "이렇게 가는가"라며 아쉬워했다.

="3년밖에 못사는데 언제 또 만나나"=

0...남쪽 시동생 서동국(66)씨는 북쪽 형수 송태임(78)씨에게 "제가 전립선 암으로 3년 밖에 살 수 없어요. 언제 또 만날 수 있겠습니까"라며 오열했다. 북쪽 형이 건강이 나빠 이번 행사에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베어났다.

동국씨는 "16대 종손인 형이 북에 가 있는 바람에 내가 종손 노릇을 했다"며 "내가 죽으면 누가 집안을 돌보겠느냐"고 했다.

=南동생, 졸도했다 깨자마자 형님 찾아=

0...남쪽 동생 최충원(61)씨는 북쪽 형 종원(75)씨와 형수 최복남씨에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나겠냐" "부모님과 누나가 형을 그리워하면서 돌아가셨다"며 두손을 잡고 오열하다 의자에서 떨어져 졸도했다.

현장 응급조치 후 인근 금강산 병원으로 후송되는 중 정신을 차린 충원씨는 "지금 병원에 가면 형과 형수를 더 볼 수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결국 충원씨는 현장 의료진의 응급 처치를 받고 상봉종료 15분 전 행사장에 돌아와 형과 형수의 손을 잡고 계속 통곡했다. 북쪽 형과 형수는 "아이고 우리 동생 심장병 있는데 더 나빠지겠다"며 "우리 동생 진정 좀 시켜달라"고 현장 의료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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