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기다리다 하루 10명꼴 세상 떠난다 4만명 가까이 이미 숨져 생존자 38% 80세 이상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봉 신청자들이 하루에 10명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17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9월 26일∼10월 1일)가 진행되는 기간에만도 이산가족 신청자 중 60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28일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남북이산가족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 6월까지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인 12만7402명 중 3만9822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총 8만7580명으로 연령별로 △60∼69세 1만3255명(15.1%) △70∼79세 3만3534명(38.4%) △80∼89세 2만8904명(33.0%) △90세 이상 4158명(4.7%)이다. 생존자 가운데 59세 이하는 7729명(8.8%)에 불과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대부분은 환갑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를 출신지역별로 보면 △황해 2만500명 △평남 1만1768명 △함남 1만284명 △평북 7212명 △함북 2886명 △경기 3275명 △강원 1542명 등이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처지이지만 상봉의 기쁨을 맛보는 이산가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상봉을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이산가족 가운데 1만6212명(12.7%)만 16차례에 걸쳐 대면상봉이 이뤄졌고, 7차례 화상상봉으로 3748명만이 가족의 얼굴을 봤다. 이번 상봉 때에는 사상 처음으로 건강이 악화돼 상봉을 포기한 이산가족도 4명 나왔다. 남측 가족 최고령자였던 박양실 씨(96·여)는 상봉을 이틀 앞두고 허리를 다쳤고, 김혜자 씨(68·여)는 갑작스러운 희소병 진단을 받고 상봉을 포기해야 했다. 이산가족들은 죽기 전에 하루빨리 한을 풀 수 있도록 상봉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김지근 씨(78)는 “북에 있는 아버지와 나머지 네 형제의 소식은 60년째 알 길이 없고 2000년 첫 상봉 때 이산가족 대상자 신청을 했지만 9년째 기다리기만 하고 있다”며 “두 살 어린 동생이 4년째 중풍을 앓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현수 씨(79)는 “만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부러울 뿐”이라며 “92세로 돌아가신 모친은 매일 북쪽만 바라보시다가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두성 의원은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령자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한은 이산가족 문제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북한은 체제 안정과 관련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르다”며 “남과 북의 상호 신뢰가 회복돼야 이산가족 상봉 횟수도 늘어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