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정운찬 후보자 놓고 ‘괴로워’

  • 입력 2009년 9월 28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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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도중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정세균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 동의안에 대한 세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도중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정세균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 동의안에 대한 세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인간적으로 괴롭다. 이강래를 시험하기 위한 개각이란 생각도 들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공세의 선봉에 섰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을 받은 이후 줄곧 "괴롭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 후보자의 낙마를 목표로 설정한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199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순 씨 영입 작업을 진행하다 조 전 시장의 애제자인 정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성공적인 정계복귀를 위해 경제학자이던 조 전 시장의 출마를 도모한 이 원내대표는 선거 직전까지 거의 매일 정 후보자와 머리를 맞대고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초기 정 후보자에게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자리를 제안한 것도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던 이 원내대표였다. 이 원내대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 시절엔 정 후보자에게 경제학 수업을 듣기도 했다.

이런 오랜 인연 탓에 이 원내대표는 9·3 개각 당시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이 너무 커서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몹시 착잡해했다. 개각 직전까지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탓에 "전혀 몰랐는데…"라며 '깜짝 입각'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이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파헤친 청문회 첫날인 21일 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장으로 정 후보자를 직접 찾아가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을 건넸고, 이에 정 후보자는 "공적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21, 22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서울대 교수 시절 한 기업체 사장으로부터 1000만 원을 '용돈'으로 받아 쓴 정 후보자를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이 원내대표는 각종 회의에서 "상처투성이인 채로 총리가 되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정 후보자의 인준 표결처리 강행이 예고된 28일 오전엔 "자진사퇴 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이제는 정 후보자 문제에서 '졸업'하고 싶다"고 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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