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재오 복귀’ 족쇄 푸나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朴측근 “문제 없다면 당직 맡을 수도”… 반대의견 많아 진통 예상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사진)의 당 복귀와 관련해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정권 창출에 공헌한 바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분이 ‘된다, 아니다’를 우리가 결정하거나 재가를 해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면 (당직을) 못 맡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10년간 야당시절에 정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할 때 이 전 최고위원만큼 노력한 분도 흔치 않다”며 “선거 때 한두 달 대통령을 돕고 좋은 자리에서 국정을 담당하거나 당직을 맡은 사람이 많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참 안됐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그분이 큰 하자가 없고, 또 당헌 당규에 따라 당무나 국정을 담임한다고 하면 그것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이지 친박계 내부에서 상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이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 발언이) 이 의원 사견이 아니라 친박계 의원 전체의 의견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이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를 가로막는 족쇄를 풀어 주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 실제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끌어안아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내부에서는 아직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편이다. 이 의원의 이날 발언도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 환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최근 “이 전 최고위원이 당헌 당규에 따라 당에 복귀하려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만약 제2, 제3의 후보가 등록을 하면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박희태 대표가 10월 재선거 출마로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되는 자리에 이 전 최고위원을 합의 추대하지 말고 친박계 의원을 출마시켜 경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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