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온건파, 강경파 지도부 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쌍용차 타결 직전 노조원 점거 공장에선 무슨 일이…
“일자리 안 잃고 이길 수 있다더니 이게 뭐냐”
강경파에 끌려가던 온건파, 4일 경찰 진압 나서자 폭발
강경파 ‘60% 해고안’ 쉬쉬
“협상내용 알리면 죽인다”…쇠파이프로 지부장 협박

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진입작전을 벌인 4일 저녁 도장2공장. 노조원들의 동요 심리가 확산되면서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공장 한편에서 노조원 5, 6명이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을 둘러쌌던 것. 이 부장은 파업 기간 중 대변인 역할을 하며 사측을 비난해왔다.
“이 ×××야, 너만 믿으면 우리가 일자리 안 잃고 승리할 수 있다고 하더니 이게 뭐냐”고 다그쳤다. “왜 이러느냐”며 설득하려는 이 부장에게 이미 격분한 이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이들은 온건파로 분류된 2개 계파의 노조원들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일반 노조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노사 간 협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 부장 등 강경파 노조원들이 선전한 것처럼 정리해고 한 명 없이 전원 복직될 줄 믿고 있었던 것. 이미 정리해고 60%, 구제 40%의 안으로 노사 협상단이 접근한 때였다.
그러나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 내용을 전체 노조원에게 알리지 못했다. 강경파들이 “노조원들에게 알리면 죽이겠다”며 한 지부장을 쇠파이프로 위협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감시조가 2, 3명씩 붙어 다녔다. 한 지부장은 “이제 농성장은 내 통제 밖에 있다. 나가더라도 더 잡지 않겠다”고 노조원들에게 공공연히 말했다. 일반 노조원들도 이때부터 강경파들이 마지막 남은 평화적 해결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분풀이를 이 부장에게 했던 것이다.
이후 이 부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 130여 명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이날(4일) 오후 11시 한 지부장은 박영태 법정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리해고 규모는 어느 정도 수용하겠지만 다른 쟁점은 양보해 달라”고 말했다. 박 관리인은 “안 된다. 무조건 수용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한 지부장은 노조원들에게 이런 상황을 알렸고, 5일 오전 “사측 안을 거의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6일 열린 노사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협상 타결로 노조원들이 농성장을 빠져나간 뒤에도 김선영 수석부지부장, 한일동 사무국장, 최기민 정책실장 등 7명의 간부는 노조사무실을 지켰다. 그러나 경찰이 찾아가 설득하자 결국 힘없는 목소리로 “알겠다”며 오후 10시 반경 평택경찰서로 연행됐다.
이상은 경찰이 7일 공개한 막바지 쌍용차 농성 현장 상황이다. 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재구성한 것으로 협상 내내 ‘강경파’들에게 끌려가던 ‘온건파’들이 막판에 협상 주도권을 잡는 내용이 들어 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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