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재선거’ 신경전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친박 바람대로 대표직 유지한 채 당선땐

이재오 ‘조기전대 통한 정계복귀’ 물거품

친이측 출마 반대… 계파갈등 재연될수도

■ 박희태-이재오 최근 회동… ‘朴 출마’ 정치방정식

《10월 경남 양산의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측과 이재오 전 의원 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양산 출마를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말 한 차례 만나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박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당시 회동에서 조기 전당대회 문제에 대해 주로 의견을 나눴으며 양산 재선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대표가 이 전 의원에게 자신의 출마 문제를 상의할 이유도 없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6일 양산에 전셋집 계약을 했고 조만간 주소도 옮길 계획이다. 다음 주 초엔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자신의 양산 출마를 포함한 10월 재보선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전당대회나 재·보선 공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 않느냐”며 “이 전 의원은 주로 듣기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박 대표의 출마 문제를 놓고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기류가 확연히 다르다. 이 문제가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가까스로 봉합된 당내 갈등을 다시 촉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친이 주류 측은 “박 대표가 만에 하나 낙선할 경우 당과 청와대가 받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박 대표의 당 공천에 반대하고 있다.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온건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공감대가 퍼져 있다. 최근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이상득계와 이재오계가 이 대목에선 손을 잡는 양상이다.

그러나 친박 측은 “당을 위해 헌신한 박 대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친박이 지원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일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1∼3위를 오가고 있는데 친박이 강력히 밀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 측은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친박 측은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으로 양산에 출마해 차점자로 낙선한 유재명 전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설득해 출마를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이후 9월 조기 전당대회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에서 박 대표의 출마 문제는 양측에 민감한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친박 진영의 바람대로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당선되면 조기 전대 자체가 무산되고 정상적으로 내년 7월에 전대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친박 진영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현 지도체제로 치른 뒤 당권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조기 전대를 통해 정계 복귀를 꿈꿨던 이 전 의원은 상황이 더 여의치 않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칫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주류 책임론’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복귀에 반대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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