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북핵-미사일 보상 아닌 제재로 해결’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한미동맹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한미동맹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바마정부 새로운 대북 구상 공개

캠벨 차관보 “완전 핵포기해야 포괄적 패키지 제공”

크롤리 차관보 “北 반항에 대가 치르도록 할 것”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8일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을 공개했다. 그의 언급은 간단하면서도 단호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폭넓은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핵 포기 조치를 취한다면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협상에 복귀할 ‘출구’는 열어놓은 것이다.

○ 북한 방식이 아닌 미국식 ‘게임 방식’ 활용

캠벨 차관보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취한 조치들을 따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앞으로의 게임 플랜(game plan)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17일 워싱턴 포린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반항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공격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량살상무기) 기술이나 무기가 세계에 확산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접근(new approach)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뭔가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의 틀을 정비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실험 등으로 도발하다가도 대화 국면에선 뭔가 대가를 얻어왔던 과거의 ‘북한식 핵 게임’에서 탈피할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한국 고위 당국자는 19일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고 도발적인 행동을 묵인해 오던 과거와는 달리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포괄적 패키지도 새로운 접근?

포괄적 패키지도 미국의 새로운 게임 방식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단계적이고 부분적이던 핵 협상 대신 확실히 주고받는 이행계획(로드맵)을 만들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괄적 접근법이 오바마 행정부 북핵 정책의 근간이 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이 강조한 포괄적 패키지나 새로운 접근법은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함께 이어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 조항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북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리가 믿는 일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 여전히 유용한 6자회담

북한이 최근 “6자회담이 영원히 끝났다”(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고 말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6자회담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캠벨 차관보는 “북한이 회담장에 돌아와 책임 있는 협상을 하고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취한다면 6자회담의 틀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6자회담을 복원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인 ‘5자 협의’의 불씨를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5자회동이 타당하며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5자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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