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미정상 선언’ 행동으로 옮겨

입력 2009-07-03 03:00수정 2009-09-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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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북식량지원 중단 의미

“北의 ‘도발→보상’ 행동패턴 바꾸겠다”
美 대북기류 강공 급선회…北체제 치명타 줄 가능성

미국이 1일 분배의 투명성 보장 없이는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전문가들은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통과→결의안에 따른 강남호 해상 추적→남촌강 무역회사에 대한 독자적 금융제재 조치 등으로 수위를 높여 온 대북 압박의 강도를 한 차원 상승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16일 워싱턴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도발을 통해 식량, 연료, 자금 지원 등 광범위한 혜택을 기대했던 기존 북한 행동의 패턴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식량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온 자료가 있다”며 미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향후 대북 지원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긴박하고 북한 주민들의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지만 정말로 식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식량 지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 말부터 3년간 식량분배의 투명성 보장 등을 이유로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한 일이 있었지만 대체로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를 핵, 미사일 등 안보문제와 직접 연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실제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지난해 말에도 계속됐고, 올해 미국 회계연도(2008년 10월부터 시작)에도 3월 말까지 2만1000t의 식량을 계속 지원해 왔다. 켈리 대변인은 불과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어 최근 미 행정부 내 대북기류가 강경책으로 급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스스로 거부한 미국의 식량지원이지만 이번 조치는 매년 180만 t 정도의 식량부족분을 외부의 지원으로 메워 온 북한의 체제위기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95년 이후 324만1781t을 지원해 최대의 식량제공국이었던 한국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식량 지원을 끊었고, 같은 기간 131만1379t을 지원한 일본 정부 역시 납북일본인 문제의 우선 해결을 조건으로 2006년 이후 식량을 보내지 않고 있다. 유엔의 북한식량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WFP)도 1일 식량 지원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인 영국 크랜필드대의 헤이절 스미스 교수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거부 움직임은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나초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국장도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초기단계에서 진행 중인 북한의 식량난은 도시형 기근(urban famine)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곡물가 인상에 따른 사회불안을 유발해 정치적 폭발(explosion)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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