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민심분열-부패-정쟁 근원적 처방 필요”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李대통령, 쇄신 강력 시사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라디오연설을 통해 “청와대 안팎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미국 방문을 끝낸 뒤 귀국해서도 많은 의견을 계속 듣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민심,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문화를 거론하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방미 후 내놓을 ‘근원적인 처방’이 무엇일지 관심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개각 등 인사를 통한 면모 쇄신 △선거구제 및 정계개편 △개헌 논의 등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사 통한 면모 쇄신 가능성

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처방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면모를 쇄신하는 것이다. ‘깜짝쇼나 국면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소신에도 불구하고 인사만큼 확실한 쇄신책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쓸 수 있는 쇄신카드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개각을 포함한 인사”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르면 이달 말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를 시작으로 인적 쇄신이 진행돼 7월 말이나 8월 초쯤으로 예상되는 이 대통령의 여름휴가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B “많은 얘기 경청… 귀국후 판단”

개각-靑 개편 가능성… 일각선 개헌론 거론

이날 라디오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의견이 올라와 저 자신 꼼꼼하게 챙겨 보고 있다”면서 “언론에 투영된 의견이나 시중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이 요구하고 국정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사를 통해 국정면모를 바꾸려면 개각이 중폭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각료 중에선 한승수 총리를 포함해 7, 8명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청와대에선 최근 임명된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포함해 2, 3명 남고 나머지는 모두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석비서관 일부가 내각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내각에서 채우는 ‘스와핑’ 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교체하는 데 인색한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로 비춰볼 때 소폭 개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제 및 정계개편도 논의할까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선거구제 및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고려했던 ‘중선거구제’를 이 대통령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남 중심의 한나라당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선진당과의 정책 연대나 통합도 고려해 볼 만한 카드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개편이라든가 충청 출신 총리 카드도 생각해봄 직하다. 행정구역개편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주창하고 있는 ‘강소연방국’과 맥이 닿아 있는 문제다. 여기에 충청도를 끌어안기 위해 충청권 출신을 총리로 쓰는 방안도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 복원’이라는 명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얘기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집권 2년차에 쉽게 거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추진 동력이 생길 수 없다.

개헌론 제안은 쉽지 않을 듯

한나라당 일각에서 불고 있는 개헌 문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근원적인 처방’으로 개헌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한 정쟁의 정치문화는 바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인 대통령 선거로부터 비롯됐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리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따라서 개헌은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선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편 당청관계 재정립을 통한 ‘정치복원 선언’은 고려해 볼 만한 카드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구상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는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의 ‘처방전’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이 별로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안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실현 가능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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