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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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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설문 내용을 조작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 의정비를 부당하게 인상한 지방의원들에게 이를 반환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06년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주민소송제’가 시행된 이후 주민 측 손을 들어준 첫 판결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20일 서울 금천구와 양천구, 도봉구 등 주민 14명이 “구 의원들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의정비를 (구청장이) 돌려받으라”며 각 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주민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금천구청장과 금천구의회 의장이 선정한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2007년 12월 말 구 의원 의정비를 3024만 원에서 5280만 원(74.6%)으로 올렸다.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나뉘는데 월정수당을 월 142만 원에서 333만 원으로 2배 넘게 올렸다. 이에 금천구 주민 안모 씨 등 116명은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 심의위원 선정 및 주민여론조사가 적정히 이뤄지지 않았고, 물가상승률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의정비를 재심의할 것을 요청했다. 금천구의회는 그해 12월 24일 연간 의정비를 4301만 원으로 내렸지만 사실상 일년 내내 오른 의정비를 받았다. 안 씨 등 주민 5명은 “서울시 조치에 월정수당 환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금천구청장을 상대로 부당하게 올린 수당을 환수하라는 소송을 냈고, 이번에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도봉과 양천구민들도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의원 보수에 대한 설문 내용이 주민의 의사를 묻는 핵심 문제는 빼고 인상을 전제로 하거나 유도하는 편향적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금천구 의원 10명은 1인당 2256만 원, 도봉구 의원 14명은 1인당 2136만 원, 양천구 의원 18명은 1인당 1915만 원씩을 반납해야 한다. 세 자치구 의원 42명이 돌려줘야 할 금액은 모두 8억7000만 원에 달한다. 서대문구와 성동구 주민들도 같은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