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김무성 카드’ 결국 물거품…조기 전대론 부상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8분


정몽준 최고-쇄신파 공감대
黨지도부-청와대는 부정적

한나라당 쇄신 방안으로 제기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내년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내에 앞당겨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을 추스르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4·29 재·보선 책임을 물어 현 지도부를 서둘러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기 전대론에 대해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과 같은 전대는 의미가 없고 (전당대회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개최 시기에 대해 “9월 정기국회 이전이 좋지만 10월 재·보선 후에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조율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쇄신파 의원 중 상당수도 조기 전대에 찬성하고 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은 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조기 전대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쇄신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원 의원은 “무조건 조기 전대를 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공동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정치 지도자들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당원들의 총의와 의지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조기 전대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는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박희태 대표 측은 “손톱이 길다고 손을 잘라버리면 되겠느냐”며 “지금 상황에서 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교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파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는데 이럴 때 전대를 하면 엄청난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조기 전대론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반대한 속내가 자칫 당권 확보를 위한 술책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전대 소집 등 당 쇄신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뒤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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