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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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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한차례로 마무리할듯
정상문 영장기각에 부담감
구속영장 청구여부는 신중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소환 조사 계획이나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주 들어 홍 수사기획관은 같은 말을 반복해 왔다. 그렇지만 이미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언제 어떤 형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할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적이 있는 검찰은 14년 만에 다시 부닥치게 된 전직 대통령 수사를 놓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언제 소환?=수사팀 주변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초에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이뤄질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조사를 받았고 15일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다시 소환됐으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은 16일부터 이틀간 조사를 받는다. 이번 주에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조사?=조사 방식에 대해선 이견이 별로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방식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개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내의 전반적인 기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여서 검찰로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이미 자신의 홈페이지에 검찰 조사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한 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노건평 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 딱 한 번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한 것처럼 검찰은 전직 대통령과 같은 상징성 있는 피의자의 경우 관행적으로 딱 한 번에 조사를 마친다.
▽어디에서 조사?=조사 장소는 대검 중수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의 경우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살고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가까운 부산지검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될 경우 지난해 형 노건평 씨(구속 기소)가 조사를 받았던 대검 청사 11층의 중수부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대검 1120호 특별조사실은 지난해 4월 대검 청사 내부를 수리할 때 VIP 조사에 대비해 마련한 조사실로 화장실을 포함해 51m² 크기다. 샤워시설과 소파 등이 마련돼 있고 조사실 바로 옆에는 침대가 있는 21m² 크기의 수면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조사를 받으면 이 조사실을 새로 수리한 이후 처음 이용한 노건평 씨에 이어 형제가 모두 같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셈이 된다.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할까?=소환 조사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는 가장 민감한 대목 중 하나다. 홍 수사기획관이 ‘포괄적 뇌물 혐의’를 공식 거론하는 것을 보면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00만 달러를 모두 포괄적 뇌물 혐의로 보고 있다면 액수의 규모에 비춰볼 때에 일반 공직자의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구속 수사가 필요한가라는 점에는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과 뇌물 공범으로 정상문 전 비서관에 대해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최근 기각된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어느 사건보다 더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또 구속된다면 국가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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