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안하는 뒷짐 행정’ 첫 시정 요구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감사원 “당진~온양 송전선로 사업 기계적 법적용 문제”

동아일보가 지난해 ‘정부 규제의 전봇대’ 사례로 보도했던 충남 당진∼온양 송전선로 건설 사업과 관련해 최근 감사원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본보 2008년 10월 16일자 A1면 참조

▶규제에 ‘감전’된 전력 공급

감사원은 송전탑 설치 장소를 둘러싼 관계 기관의 견해차로 당진∼온양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5년째 입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뒤 감사를 실시한 결과 ‘대전국토관리청의 소극적인 행정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행정’을 강조하고 김황식 감사원장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를 하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기관의 소극적인 행정을 밝혀내 시정을 요구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삽교천 하류에 있는 17만8000m²의 모래섬에 송전탑을 설치하기 위해 대전국토관리청에 하천점용 협의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전국토관리청은 구체적인 검토도 없이 ‘하천법 시행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송전탑은 허가 대상이 아니다”면서 섬을 지나지 않고 삽교천변을 따라 우회하는 노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회 노선을 따라 송전선로를 건설하면 송전탑을 4개나 더 설치해야 하므로 예산이 69억 원 더 들고 육지를 지나는 구간이 늘어나 주민들의 민원까지 우려돼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강폭이 1760m나 되는 지점에 위치한 섬에 기저부의 폭이 17m인 송전탑 하나를 세운다 해도 홍수 대비 등 하천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고 전기공급시설 설치 같은 공익사업은 가능하도록 하천법에 규정돼 있어 법적인 문제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국토관리청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한전과 하천점용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기보다는 형식적인 법 해석에 치우쳐 뒷짐 지고 있는 기관에 적극적인 업무 처리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