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의원 폭행은 반민주 테러’

  • 입력 2009년 3월 2일 16시 42분


제목은 '의원 폭행은 반민주 테러', 이진녕 논설위원입니다.

----------------------------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2006년 말 출간한 자신의 저서 '폭풍전야'에서 정치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는 2004년 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광풍 속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내가 진흙탕을 두려워하고, 내 얼굴에 검댕이 묻는 것을 꺼려해 피한다면, 나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비겁한 인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의원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또 최고위원으로서 자신이 다짐한대로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때론 사이버 테러, 때론 언어폭력, 때론 고소 고발을 당하는 등 숱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동의대 사건 등에 대해 재심을 추진하는 일로 인해 신체적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백주 대낮에 그것도 국회 안에서, 법안 추진에 불만을 가진 이해 당사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은 자유로운 입법 활동이 보장된 헌법기관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해 입법 활동을 막으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입법기관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와 문명사회에 대한 테러입니다.

전 의원이 비록 한나라당 소속으로 보수 세력을 대변하고는 있지만 이번 일은 전 의원 개인의 문제도, 여당이나 야당의 문제도, 보수나 진보의 문제도 아닙니다. 국회의원 모두, 나아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만의 하나라도 용납되는 사회라면 우리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반응을 보면 우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행여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길까봐 전혀 간여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별것 아닌 것을 갖고 한나라당이 침소봉대한다고 오히려 공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략에 눈이 먼 정치의 세계라 할지언정 돌아서면 바로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한 엄청난 사건 앞에서 이해타산이나 따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