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대표 ‘국회 활극’ 20분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쇠사슬 묶은 민노당 의원들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의원들이 쇠사슬로 회의장 문고리에 몸을 묶은 채 경위들의 강제 해산에 대비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쇠사슬 묶은 민노당 의원들
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의원들이 쇠사슬로 회의장 문고리에 몸을 묶은 채 경위들의 강제 해산에 대비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전화기 던지고… “XX” 욕설에… 의장실 문 걷어차고

5일 오전 9시경 국회 사무총장실에선 민주노동당 대표인 강기갑 의원의 ‘활극’이 벌어졌다.

국회 경위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박계동 사무총장실에 진입한 강 의원은 다짜고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전화기 메모지 볼펜꽂이 등을 집어던졌다. 성이 풀리지 않은 듯 “××”라고 욕설을 퍼붓더니 탁자 위에 깔린 유리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는 탁자를 뒤집어엎으려다 무게 때문에 여의치 않자 탁자에 올라가 찻잔을 걷어찬 뒤 두 번이나 펄쩍펄쩍 뛰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방을 잘못 찾아 의장비서실장 방으로 달려간 그는 “김형오 의장 나와!”라며 문을 때리고 걷어찼다.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는 다시 301호실을 찾아 문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이 같은 소동은 20여 분간이나 이어졌다.

강 의원이 이처럼 흥분한 것은 이날 오전 3시와 8시 반 민주당 당직자들이 떠난 본회의장 앞에서 빚어진 국회 경위들과 민노당 당직자들 간의 충돌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은 본청 계단에서 굴러 손가락이 골절됐다.

특히 두 번째 강제 해산 때 경위들이 본회의장 앞에 민노당이 붙여 놓은 ‘MB 악법 저지’ 현수막을 떼어내자 강 의원은 회색 두루마기를 벗어던지고 사무총장실을 향해 돌진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저녁에도 민노당과 경위들 간에 세 번째 실랑이가 빚어지자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진행 중이던 의장실로 달려갔다. 강 의원은 의장실 문을 걷어차며 밤늦게까지 소란을 피웠고, 사무처는 경위 30여 명을 배치해 강 의원과 대치했다.

민노당은 이날 박 사무총장을 폭력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사무처는 “강 의원이 공개사과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의법 조치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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