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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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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3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행사 2시간여 전에 돌연 연기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회동 연기가 결정된 뒤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그동안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회동 참석을 설득했으나 민주당 측이 이를 거절함에 따라 회동 자체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각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례적인 ‘대통령과의 회동 연기’ 배경은 좀 더 복잡하다.
이 총재 측은 지난달 25, 26일경 청와대의 회동 제의를 받은 뒤부터 “이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 간의 회동 후 이 총재와 대통령만의 별도 대화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청와대 측에 요구했다. 국회 상황에 대해 좀 더 긴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와대 측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실무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총재가 며칠 전부터 “아무래도 정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중심이 돼 청와대가 정 대표의 참석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동 전날 밤은 물론 이날 오전까지 계속된 청와대의 설득에도 정 대표가 불참 의사를 굽히지 않자 이 총재는 회동 연기를 제안했다.
이에 청와대 측은 짧은 내부회의를 거쳐 이 총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곧장 회동 연기 사실을 한나라당 측에 알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세계적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예산안 및 법안 처리 여건을 조성하려던 이 대통령의 구상이 이날 회동 연기로 벽에 부닥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새해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9일) 내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