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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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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직권상정땐
의장석 점거사태 우려
이명박 정부의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국회 처리가 임박하면서 법안 통과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에서 처리되는 모든 법안은 원칙적으로 법사위를 통과해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법사위 전체회의의 법률안 상정은 법사위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문제는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의 유선호 의원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사위 통과 여부에 개혁입법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각종 개혁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법사위에서 유 위원장이 틀면 그만이다. 유 위원장이 여야합의 처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법안 상정 자체를 미룰 경우엔 일이 꼬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떼법’ 방지법,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 여야 간에 의견 차가 뚜렷한 여러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중 상당수 법안에 대해 ‘대폭 수정’ 또는 ‘통과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유 위원장은 4일 기자와 만나 “여야가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거친다면 어떤 갈등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시한을 정해놓고 무조건 그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직을 걸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야 합의를 거쳐야만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원칙론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감 기간 중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여야 의원들에게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충분히 줬던 유 위원장의 회의진행 방식도 한나라당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법사위 소속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안건 상정을 계속 미루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을 심사해 법사위 전체회의에 보고하는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을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맡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유 위원장이 끝내 법안 상정을 미룰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극한으로 치달을 경우 한나라당 생각대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려고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직권상정을 택할 경우 ‘야당의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등의 수순으로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