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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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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개성공단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 “서해상 충돌 가능성”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이 2003년부터 시작된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요즘 갑자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올해 9월 탈북자 단체들이 도입한 타임머신 장치가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풍속과 방향 등을 계산해 예정된 상공에서 전단을 흩날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 방법으로 평양 상공에 수만 장의 전단을 살포할 수 있다. 게다가 전단에 미화 1달러 지폐 또는 중국 10위안 지폐까지 매달아 주민들이 전단을 읽게 만드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예상과 달리 날아가도 효과는 충분하다. 9월과 10월은 추수철이어서 산과 들에는 농촌지원에 동원된 주민들로 넘쳐난다. 특히 평양시 주민들은 전단이 가장 많이 살포됐을 황해도 곡창지대에 농촌지원을 많이 간다.
문제는 전단 내용에 있다. 초기에는 탈북자 단체들이 전단 살포 자금을 교회에서 받다 보니 내용도 전도지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상과 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전단을 날리는 주체는 북한을 어떻게 흔들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탈북자가 대부분이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권위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단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대상이다.
우리 정부도 전단이라는 돌발변수로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이 경고대로 개성공단과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할 수도 있다.
이런 행위로 북한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전단이 계속 날아든다면 훨씬 뼈아픈 쪽은 북한이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우리는 전단이라는 ‘남한에도 득 될 것 없지만 북한에는 훨씬 더 치명적인’ 패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의 요구대로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탈북자 단체들에 요구했다고 한다. 반대로 북한이 이런 패를 들고 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자못 궁금하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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