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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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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검증안’이란 게 뭔가. ‘영변 플루토늄 핵시설을 먼저 검증하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폐기물저장소 등 미신고시설에 대한 검증은 추후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검증한다’는 것 아닌가. 한국은 물론 일본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굴욕적인 양보안이다.
미국은 7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때까지만 해도 “북핵 검증에는 시료 채취와 미신고시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북한 특유의 버티기 전술에 밀려 다 내주고 말았다. 이처럼 불완전하고 불투명한 검증안을 수용한다면 북한에 내성(耐性)만 키워줘 핵 폐기는 고사하고 검증조차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우리에겐 임기 말의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라 할 만한 것을 남기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이라크전쟁의 수렁 속에서 금융위기까지 맞았으니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만이라도 살려놓으려는 것 같다는 얘기다. ‘핵물질 유출만 막으면 미국은 북의 핵 보유 여부는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오랜 우려가 되살아나는 이유다.
행여 테러지원국 해제만 해 주면 북이 다음 단계인 핵 폐기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지금 북한의 내부 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늘로 58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오리무중이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북한은 핵에 집착하게 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경계하면서 한국 정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한미공조의 기초 위에서 단호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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