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盧측근과 친분’ 내세운 건설수주 비리 수사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구속 50代 ‘장수천’ 납품하다 盧인맥 만나

‘연대보증인 노무현’ 문건 보여주며 사기

경찰 “정씨-홍씨는 피의자 신분… 곧 출금”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건설사 등으로부터 거액을 챙긴 서모(55·무직) 씨 사건의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보 25일자 A12면 참조
“盧정권 실세와 친분” 9억 뜯은 무직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상문(62)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 등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응하지 않고 있어 계속 출석 요구를 거부할 때에는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장수천’ 시절 인연 활용=경찰 관계자는 “정 씨와 홍 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라면서 “곧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계좌 압수수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중소업체 S건설이 대우건설과 한국토지공사 등의 공사를 하청받을 수 있게 해주고 10차례에 걸쳐 9억1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이 과정에서 정 씨, 홍 씨와의 친분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경찰은 “1996년 생수 자동화 설비기계 업체를 운영하던 서 씨가 당시 ‘장수천’이란 생수회사 대표로 있던 홍 씨에게 기계를 납품하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서 씨가 납품과정에서 홍 씨로부터 5억 원을 받지 못해 현금보관증으로 대신 받았는데 이 보관증에 연대보증인으로 노 전 대통령도 들어 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서 씨는 2005년 10월 S건설 장모 상무에게 접근해 이 현금보관증을 보여주며 청와대와 통하는 인맥임을 과시했고, 대우건설 박모 사장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는 대우건설이 발주하는 부산 신항 북컨테이너 부두공단 배후부지 공사를 S건설이 수주하도록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홍 씨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 사장의 지시를 받은 대우건설 신모 상무가 공개입찰경쟁에서 다른 업체들의 입찰 가격을 미리 알려준 덕분에 당시 S건설이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수주 과정에서 서 씨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사례비를 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S건설로부터 2억3000여만 원을 받은 뒤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서 씨는 2006년 7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군산∼장항 구간 호안공사의 하청을 S건설이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S건설로부터 4억 원, 2006년 9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해 대우건설이 수주한 영덕∼오산 구간 도로공사에서도 공사 수주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S건설로부터 2억8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수사 확대=경찰은 정 씨와 홍 씨가 두 곳의 수주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부분 서 씨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 초기 단계라 혐의를 확정짓기가 곤란하다”면서도 “앞으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밝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25일 밤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개입됐느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통화 시도에서 정 씨를 대신해 전화를 받은 인사는 “정 씨가 로비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S건설 장모 대표(당시 상무)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부산 신항 공사는 대우건설로부터 하청받는 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두 건은 수주를 못 받아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며 “서 씨가 시간을 주면 어떻게든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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