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씨 못말리는 ‘청와대 들먹증’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담당 검사에게 “에어컨 시원치 않은데 조치해 줄까요”

공천-취업 내걸고 총 5명에게 돈 요구

받은 돈 개인적 사용… 로비 흔적 못찾아

靑전화 상대도 영부인 가정부와 운전사

“검찰청에 에어컨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청와대에 얘기해 조치를 취해 주겠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구속) 씨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체포돼 첫 조사를 받으면서 담당 검사에게 ‘청와대’를 거론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씨가 실제 영향력도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청와대를 등에 업고 거짓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 씨가 청와대나 한나라당에 공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뚜렷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문어발식 호가호위(狐假虎威)?=김 씨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서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임을 내세워 공천 로비 대가로 받은 30억3000만 원 외에도 또 다른 4명을 상대로 돈을 받아 챙기거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1월경 성당에서 알게 된 전 국회의원 오모 씨의 부인에게 “대한노인회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30억 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6월에는 지인의 아들을 취업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았다.

심지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가 진행되던 7월경, 김 씨는 전 대한석유공사 고문 윤모 씨와 전 교통안전관리공단 기획본부장 한모 씨에게 “공기업 감사로 임명되게 해 주겠다”면서 각각 5000만 원, 1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때도 김 씨는 대통령의 인척임을 과시했다.

▽청와대 ‘끈’은 가정부?=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의 정치권 공천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해 김 씨 가족의 계좌를 뒤졌다. 또 정치권 관계자와 통화하지 않았는지 1∼4월의 5000여 통에 이르는 모든 통화기록을 조회했다.

그러나 받은 돈은 빚에 허덕이는 아들의 부채를 갚고, 전세 보증금을 내거나 외제차를 사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김종원 이사장에게 받아낸 돈을 되돌려주기 위해 ‘공기업 감사 알선’을 내세워 받은 돈으로 ‘돌려 막기’까지 했다.

통화기록 조사에서는 청와대 사람 두 명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대통령 부인의 가정부와 운전사였다. 가정부를 소환 조사하고 운전사를 서면 조사한 결과 각각 “돈 빌린 것을 갚아라” “가정부가 전화를 안 받는다”는 내용의 통화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김 씨는 한나라당 김모 의원의 후원회에 참석해 안면을 튼 김 의원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천 서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며 문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날 김 씨를 사기 및 공직선거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으며 13일 구속된 김종원 이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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