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만 더해진 ‘금강산의 진실’

  • 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4분


현대아산이 찍은 시신수습 장면 현대아산이 11일 오전 9시 40분경 금강산 북한군 경계구역 안에서 박왕자 씨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찍은 사진. 오른쪽 원 안이 박 씨가 쓰러져 있던 지점이고 주변에 여러 명의 북한군이 보인다. 사진 제공 정부합동조사단
현대아산이 찍은 시신수습 장면 현대아산이 11일 오전 9시 40분경 금강산 북한군 경계구역 안에서 박왕자 씨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찍은 사진. 오른쪽 원 안이 박 씨가 쓰러져 있던 지점이고 주변에 여러 명의 북한군이 보인다. 사진 제공 정부합동조사단
폐쇄회로에 잡힌 호텔 출발 고 박왕자 씨가 11일 숙소인 비치호텔 방문을 나서고 있다. 호텔 폐쇄회로(CC)TV에는 촬영 시간이 4시 31분이라고 기록됐지만 기계 오류로 시간 표시가 12분 29초 빠르게 설정된 상태여서 실제 출발 시간은 4시 18분이라고 합동조사단은 밝혔다. 사진 제공 정부합동조사단
폐쇄회로에 잡힌 호텔 출발 고 박왕자 씨가 11일 숙소인 비치호텔 방문을 나서고 있다. 호텔 폐쇄회로(CC)TV에는 촬영 시간이 4시 31분이라고 기록됐지만 기계 오류로 시간 표시가 12분 29초 빠르게 설정된 상태여서 실제 출발 시간은 4시 18분이라고 합동조사단은 밝혔다. 사진 제공 정부합동조사단
합동조사단 중간조사 결과 새로운 내용 없어

밝혀낸 점 ○ 출발시간 4시 18분 ○ 피격지점 경계지역서 200m

못밝힌 점○ 이동거리-경로 ○ 피격시간 ○ 총격횟수 ○ 초병의 수

정부 합동조사단이 25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살인의 진실’을 밝힐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조사단은 “현장조사를 하지 못해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며 북한의 입만 쳐다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탓했다.

황부기 단장은 “빠른 시일에 조사단이 현장을 방문해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의 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사건 진상이 장기간 묻혀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영상취재 : <동아닷컴 온라인 취재팀>

▽알맹이 없는 중간 조사 결과=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 현대아산을 통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故) 박왕자(53) 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 내용은 극히 빈약했다.

박 씨 피격이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인지, 우발적인 사고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박 씨가 총에 맞은 군 경계지역 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조사단은 전혀 새로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박 씨가 해수욕장의 끝을 알리는 펜스와 모래 언덕을 넘어 군 경계지역으로 얼마나 깊이 진입했는지에 조사단은 판단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북한은 11일 기생바위 인근(1.2km)이라고 했다가 16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게는 800m라고 말을 바꿨다.

총을 쏜 초병의 수, 초병의 정지 명령과 공포탄 발사 여부, 초병이 몇 발의 총을 쏴 두 발을 피해자의 등과 엉덩이에 명중시켰는지 등 핵심 의혹에 대해 황 단장은 “현장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출발 시간과 피격 지점만 확인=합동조사단이 지금까지 확인한 객관적인 사실은 박 씨가 호텔을 나간 시간과 총을 맞고 쓰러진 지점이 전부다.

현대아산의 주장대로 비치호텔 폐쇄회로(CC)TV에는 박 씨가 11일 오전 4시 31분 호텔을 출발하는 장면이 찍혔다. 그러나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12분 29초 빠르게 설정돼 실제 호텔 출발 시간은 4시 18분이라는 것이다. 현대아산이 찍은 시신 수습 장면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박 씨가 총에 맞은 지점은 해수욕장에서 군 경계지역에 접어든 뒤 직선거리로 200m 지점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사건 당일인 11일에는 현대아산에는 이렇게 알렸다가 16일 윤 사장에게는 피격 장소가 군 경계지역을 넘어 300m 지점이라고 말을 바꿔 사후에 진실을 조작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격 직후 현장 사진 발견은 성과=그러나 조사단은 한 관광객 목격자가 찍은 사진에서 몇 가지 정황 증거를 새로 찾아냈다. 디지털 카메라로 오전 5시 16분에 촬영한 이 사진에는 박 씨가 총에 맞아 누워 있고 그 주변에 군인 두 사람 정도가 서 있는 것이 확인됐다.

황 단장은 “북한이 피격 시간이라고 주장하는 오전 4시 55분에서 5시경에는 주변이 환하게 보이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박 씨가 한국인 관광객임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한두달 지나면 피격사건 풀리겠지…”▼

9월 금강산관광 예약취소 1.7%뿐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발생 이후에도 금강산 관광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11일까지 ‘9월에 금강산 관광을 가겠다’고 예약한 사람은 총 2만5780명이다. 이 가운데 431명(1.7%)이 예약을 취소했다. 나머지 2만5349명은 예약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8월 중 금강산 관광’ 예약자 2만1691명 가운데 1만5999명(73.8%)도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금강산 관광은 하루 전에도 예약 취소가 가능한 데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근거 없이 ‘9월경에는 사건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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