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못할 이유 뭐냐…국민 목소리 잘 들어야”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김성식 “졸속협상 인정해야 해결책 나와”

정태근 “국가신인도보다 국민신뢰가 우선”

남경필 “장관 수석 몇명 교체론 촛불 못꺼”

공성진 “임기응변식 처방, 불신만 키울뿐”

■ 한나라 의총, 국정불만 쏟아내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18대 국회의원 첫 의원총회에서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지금까지 당은 무엇을 했느냐’는 자성론과 함께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쇠고기 재협상 수용에서부터 인적 쇄신, 국민과 당-정-청의 소통 시스템 구축, 민생경제 회복방안 마련 등 다양한 민심수습책을 내놓았다.

김정권 원내 공보부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은 ‘쇠고기 재협상을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한미 간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상당수 의원은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연기’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이를 정부에 신속히 전달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인적쇄신 요구 등 의원들의 요구가 100% 관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촛불의 배후는 국민의 삶 돌보지 못하는 정치”

이날 의총에서는 당내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물론이고 초선인 권영진 김성태 정태근 김성식 강석호 황영철 의원 등 많은 의원이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식 의원은 “촛불의 몸통은 어려워지고 불안해지는 국민의 삶이고, 촛불의 배후는 그러한 국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정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졸속 협상이라는 것을 먼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해결책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계인 정태근 의원 역시 “미국과의 재협상 문제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린다고 하기 이전에 신인도보다는 국민 신뢰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도 “농민 목소리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의원은 “실질적인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며 “외교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국과 물밑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호 권영진 의원은 “쇠고기 문제는 일정 부분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대적인 쇄신안 필요”

남경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강조하면서 당, 정부, 청와대의 시스템 재구축을 요구했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지탱하는 대통령실, 총리 및 내각, 당이라는 3개 축이 전혀 완충 작용을 하지 못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장관 몇 명, 수석 몇 명 교체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사를 주도했고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와 내각의 책임자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대통령실장과 국무총리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용태 의원은 최근 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의 예를 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 얘기되는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습책이 나와야 하며, ‘찔끔찔끔’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은 “시국 수습 방안이 미봉책, 임기응변이 되는 게 아니라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곪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큰 차원에서 국정쇄신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의견 쏟아져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성난 민심이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정-청 시스템의 부재, 정책 혼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등이 겹쳐져 빚어진 복합적 원인 탓이라고 진단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성태 의원은 “우리 사회의 소통 구조가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됐는데 지금 정부나 여당에서는 과거의 수직적 관점에서 촛불집회를 보고 있다”며 정부와 청와대의 의식 전환을 요구했다.

강석호 의원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국정운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진성호 의원은 “당에서도 이제 TV나 인터넷 등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고, 현경병 의원은 “의원들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은 “일부 세력이 촛불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배후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성 의원은 “시위 현장에 나가 보니 각종 유인물에 반정부적, 반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