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한국검역관 상주…사료비 1조5000억 융자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고개숙인 鄭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9일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개숙인 鄭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9일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의 고시(告示)를 행정안전부에 의뢰하면서 다음 달 초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 유통이 재개된다.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이 타결된 지 약 40일 만이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한 고시 의뢰를 발표한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보완 대책 마련이 끝났고 ‘조직화된 일부 여론’에 밀려 이 문제를 더 지체할 경우 해외에서의 국가신인도 하락 등 후유증이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반발과 불안감이 여전히 만만찮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일부 세력에 의해 실제보다 과장 왜곡된 정보도 적잖게 유포돼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쇠고기 파동’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

○ 미국산 쇠고기 안전관리 강화

농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검역관을 주미대사관이나 주요 영사관에 파견해 쇠고기 작업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검역관은 월령 구분, 특정위험물질(SRM)의 확실한 제거 여부, 미국의 강화된 사료 정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점검 결과 도축 과정에서 중대한 위반이 발견되면 미국 정부에 통보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수입 재개 후 처음 6개월 동안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현물검사 비율을 기존 1%에서 3%로 늘릴 방침이다. 미국산 쇠고기 컨테이너가 100개 수입되면 이 가운데 3개를 표본으로 개봉해 조사한다는 뜻이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1%만 현물검사를 하고 있다.

검역은 서류상 표기된 내용과 실제 제품이 일치하는지, 섭씨 영하 18도 이하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핀 뒤 냉동 쇠고기 일부를 잘라 확인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특히 곱창 등 내장 부위는 표본을 모두 해동해 조직검사까지 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SRM으로 분류되는 부위를 수입할 때 월령 확인이 불가능하면 모두 반송 조치하기로 했다.

○ “반대 의견 337건 검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의 고시 입안 예고 기간에 접수된 337건의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이를 토대로 미국과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 협의를 통해 수입위생조건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 부분),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혀의 뒷쪽), 소장 끝 부분, 뇌, 눈, 척수, 머리뼈, 등뼈 등의 SRM을 제외하면 모두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은 부칙에 포함됐다.

검역당국은 3, 4일이면 검역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에 국내에 대기하고 있는 물량 5300t 가운데 일부가 유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축산 농가 안정 대책

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내 축산농가 발전 대책을 통해 송아지 생산안정제도 보완과 거세 한우를 길러 1++ 등급의 고기를 생산하면 마리당 20만 원의 품질 고급화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1+ 등급의 돼지고기를 생산한 농가에도 마리당 1만 원이 지급된다. 농가 특별사료구매자금 융자 이율을 현행 3%에서 1%로 낮추고 지원자금 규모도 1조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늘린다. 또 송아지 가격이 155만 원 이하로 내려가면 정부가 일부를 보전해주는 송아지 생산안정제도의 기준가격은 165만 원으로 높아졌다.

올해 말까지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 200여만 마리의 정보를 전산화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제도’도 시행한다. 내년 7월부터는 귀표가 없는 소는 도축이 불가능하다.

‘주저앉는 소(다우너·downer)’는 모두 광우병 검사를 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한우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정부는 2010년까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을 방침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美도축장 SRM 안전하게 제거 확인”▼

정부는 최근 미국 연방정부 승인 30개 작업장의 쇠고기 도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생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검사부장을 단장으로 한 9명의 특별점검단은 1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쇠고기 도축작업장을 점검했다.

손 부장은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작업장 점검 결과 새로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부합하고 작업장과 종업원의 위생상태도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30개월 이상과 30개월 미만 소가 철저히 분리돼 도축되고 있었다”며 “도축되는 소는 훈련된 요원의 치아 감별과 일부 출생기록으로 월령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점검단 보고에 따르면 30개월 이상 소는 도축 때 색소 표시와 태그를 달아 구분했다.

손 부장은 “특정위험물질(SRM)도 도축 및 가공 과정에서 안전하게 제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회장원위부(소장 끝 부분)는 맹장 쪽 2m를 폐기하고 있었으며 상당수 작업장은 내장 전체를 폐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쇠고기 생산량 1186만 t 가운데 15%인 181만 t이 30개월 이상 소에서 나오지만 이는 대부분 분쇄육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부장은 “광우병 발생 이전인 2003년 국내 수입 물량의 95% 이상이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등의 상위 3개 등급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점검단의 현지 점검은 미국 14개 주 30개 작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점검 대상은 모두 수출이 가능한 연방정부 검사 도축장이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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