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 불똥 장외로 번질수도”… 어수선한 출발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국회 밖 민주당 정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발표하자 통합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당직자와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 장관 고시를 규탄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국회 밖 민주당 정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발표하자 통합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당직자와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 장관 고시를 규탄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철민 기자
■ ‘美쇠고기 수입고시’ 정국 대치

與 “정면돌파 불가피한 선택”… 민심이반 초래 우려

野 “재협상 이슈 계속 부각”… 장외투쟁 부메랑 부담

18대 국회 개원 하루를 앞두고 29일 발표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로 인해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장외투쟁 등 야권의 강력한 응전으로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시작되면서 당장 시급한 원 구성 협상은 고사하고 18대 국회 초반이 아예 파행으로 얼룩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권은 이날 오전 당정 협의를 통해 고시 발표를 결정하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향후 여론의 추이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 정면 돌파 후 숨죽이는 여권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어차피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질 것도 없는 데다 국가신인도 문제까지 있기 때문에 정면 돌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일단 한 스텝을 나아가면서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정국 경색과 여론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했다는 얘기다. 그 대신에 쇠고기 협상 내용에 얽매여 있던 고시 문제를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단계에서 야권과 여론을 관리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는 것.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은 30일로 예정됐던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거부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원 구성을 논의할 때가 아니며 당분간 쇠고기 재협상 문제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처리를 미룰 수 있는 새로운 구실을 찾고 있던 마당에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7월 6일 이전까지는 원 구성 협상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될 경우 6월 말까지 원 구성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끝내겠다는 여권의 당초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9월 초가 되면 대선 때문에 개점휴업이 되는 미국 의회의 일정을 감안할 때 한국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7월 초순까지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은 새 정부 조직에 따른 상임위 수 조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 상임위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못하겠다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과거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여권은 연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전개돼온 촛불집회에 야당과 노동계가 본격 합류할 경우 국정 불안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심각한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갖고 있다.

○ 야권 ‘장외투쟁 부메랑 되나’

그러나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벌인 이후 2년 반 만에 거리로 나서는 야당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 위기 조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쇠고기 재협상만 요구하면서 투쟁을 부추기는 야당을 겨냥한 ‘침묵하는 다수’가 움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야당의 장외투쟁 방침 발표에 대해 “18대 국회가 장외 투쟁부터 시작한다면 왜 국회의원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의 해결을 외면하고 장외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축산 농가를 위해 충분한 대책을 마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여론도 진정될 것”이라며 “야당과 일부 정치세력의 선동정치가 결국 이성적인 목소리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나라당은 전국 각 당원협의회에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자료를 보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소수 야당이 무한정 투쟁에만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늦어도 6월 중순이면 원 구성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 말과 6월 첫째 주에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대결과 공방이 전개될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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