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대화 의지’ 北에 진정성 강조 효과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제안 의미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중인 17일(현지 시간) 서울과 평양에 상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고 북한에 전격 제안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과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을 위한 구체적인 교섭 채널을 제안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는 시점에 남북 간 대화도 대남전략이나 대북전략 차원이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내실 있고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대북관’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李대통령 “과거방식 한계… 상설기구 필요”

靑 “실용주의 대북관 표명… 물밑접촉 없어”

北-美 화해후 한반도 문제 주도권도 고려

▽영속적 대화채널 통한 안정적 남북관계 구축=이 대통령은 이날 “과거 방식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북한에 처음 상설적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형식적 상투적 대화가 아닌 ‘결실 있고 책임 있는’ 대화 채널 구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고 청와대 측은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 주민의 실질적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혀 왔고 이번 제안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것.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가 판문점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두도록 규정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남북 간 여러 대화기구가 있었지만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흔들렸다가 재개되곤 했다”며 “이제는 좀 더 안정적으로 남북 간에 도움이 되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북핵 문제 타결 이후의 한반도 정세까지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양국이 북핵 신고에 관해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가 타결의 실마리를 찾고, 북-미 관계가 급속히 진전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통한다(통미봉남·通美封南)’는 전략은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

북한은 실제 최근 대남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에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등 ‘통미봉남’ 전술을 구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정성 보이면 북한 수용 기대=연락사무소는 정식 국교를 맺지 않은 국가 간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최초 단계인 이익대표부와 최종 단계인 상주 대사관의 중간 절차에 해당한다.

청와대 측은 북한 측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북핵 협상도 상당한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과 사전 물밑 접촉은 없었다”면서 “핵이 아닌 경제와 민생을 통해 남북이 공영의 길을 찾자는 원칙이 분명한 만큼 북측도 흥정을 하려 들거나 의심하고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출국 전 열린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한반도의 참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힘써 보자고 말하고 싶다”면서 “김 위원장은 이런 발전적 관계 형성을 위해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쉽게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청와대 측도 선뜻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의 제안은 북한의 즉각 화답보다는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에 나설 경우 연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함) 구상의 ‘진정성’을 설득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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