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자 당선땐 복당 허용해야”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박근혜 “당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사람들”

지역구 선거를 위해 대구로 내려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 탈락한 친박 출마자들이 당선될 경우) 한나라당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4일 대구 지역 언론인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분들은 당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라 쫓겨 나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의 선택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방호 사무총장의 말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전 대표는 공천 파동에 대해 “만약 이 사무총장이 잘못했다면 책임져야 하고 (그가) 잘못하고 있는데 방치한다면 그 윗선에서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대운하는 경선 때부터 반대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복당 허용’ 발언은 원칙론적 성격이 강하지만 총선 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친박 출마자 중 40명 안팎 당선이 예상되지만 100명이 넘을지 모를 범(汎)친이명박 계열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23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 ‘다시 당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당내에는 ‘7월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의원을 측면 지원한 뒤 여론 지지율을 기반으로 당내 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2년 뒤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복당여부 결정은 유권자들 몫”

정몽준 “한나라로 가라 하면 가는 게 순리”▼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25일 “공천을 못 받았거나 탈당한 분들이 (총선 후 한나라당에) 들어올 것이냐의 결정은 유권자들이 할 일”이라며 “당선되면 그 지역구의 유권자께서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하면 가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이는 당 공천에서 탈락해 ‘친박 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연대’로 출마한 사람들이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복당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과 다른 것이다.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은 줄곧 “당을 떠나 출마한 분들은 총선 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당내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당권 도전 등을 염두에 두고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총선 후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경우 친박 계열과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의 불출마 여부를 둘러싼 당내 파동에서도 ‘어부지리’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는 정 최고위원은 서울 지역의 다른 출마자들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천 반발로 지원 유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박근혜 전 대표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당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하기 전에 격렬하게 토론해 공감대를 이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좌파 우파를 너무 따지지 말고 모든 사안이 발생하면 하나씩 어떻게 할 것이냐 생각해야 된다. 굳이 분류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