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6·끝>오세훈 서울 시장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오세훈 서울시장은 퇴임 후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공무원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 시장,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 시장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문화’나 ‘디자인’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확충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김경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퇴임 후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공무원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 시장,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 시장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문화’나 ‘디자인’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확충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김경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서울시민들께 ‘문화폭탄’이라고 할 만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가운데)이 지난해 한강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 시민들과 함께 수중미러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서울시민들께 ‘문화폭탄’이라고 할 만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가운데)이 지난해 한강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 시민들과 함께 수중미러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문화와 디자인으로 ‘브랜드 서울’ 업그레이드 하겠다”

문화가 경쟁력… ‘청계천’만으론 선진국 못돼

달라진 거리 디자인, 하반기부터 눈에 보일것

수도가 잘돼야 지방도 잘돼… 윈 - 윈정책 필요

개발부담금 무려 46개… 규제 풀려야 경제회생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이한 정치인이다.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돌아왔다. 정치인은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는 이런 데 관심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하면 누구나 청계천을 떠올린다. 그러나 오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 2006년 7월 서울시장 취임 이후 오 시장의 화두는 ‘문화’와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20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을 누가 봐도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내 목표이자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김상영 편집국 부국장

―올해 서울의 청사진으로 ‘문화도시’를 강조했다. 경제가 최대 관심사인 시대에 웬 문화냐고 하는 분들도 있던데….

“문화의 본령은 삶의 질이다. 서울시민이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화는 또 돈이자 경쟁력이다. 앞으로는 문화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상품을 수출하더라도 고급 이미지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 한 나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수도에서 나오고 문화 없이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

―서울시가 주창해온 ‘창의시정’도 같은 맥락인가.

“어렸을 때부터 문화와 예술을 접하면서 창의적으로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적인 인재는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환경에서 자란다. 일찍부터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요즘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우리 세대는 창의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마거릿 대처가 영국 수상일 때 문화와 디자인을 엄청 강조했다. 영국은 요즘 와서 그 과실을 따먹는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은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가.

“지난해 서울시 산하 디자인기능을 총괄하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했다. 도시경관기본계획,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 남산르네상스계획, 공공디자인 표준화계획, 야간경관조명 가이드라인 제정, 옥외광고물 선진화 프로젝트 등 44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4, 5월 계획이 완료되고, 하반기부터는 가시화될 것이다. 시민들은 거리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높아진 디자인 수준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세계디자인올림픽은 어떻게 열게 됐는가.

“지난해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총회에서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됐다. 올해 10월 그 일환으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세계디자인올림픽(World Design Olympiad SEOUL 2008)을 개최한다. 국내외에서 최소 200만 명이 축제를 즐기게 될 것이다.”

―문화나 디자인이 시민들의 피부에 쉽게 와 닿을지 모르겠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도 눈에 안 보이는 걸로 승부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청계천 신드롬’으로 살 수는 없다. 요즘 눈에 보이지 않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재미있다. 서울시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때 불모지에 가까웠던 미국 시카고는 이런 철학을 가진 시장이 10년 정도 노력해 뉴욕과 비슷한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했다.”

―그래도 오세훈 시장 하면 떠오르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임기 말 쯤 되면 한강변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여의도, 뚝섬, 난지, 반포 한강시민공원이 새롭게 거듭나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동대문운동장 터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앤드파크가 들어서고, 광화문 광장이 생긴다. 남산도 훌륭한 관광명소가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을 내 업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도시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해외 관광객 1200만 명 유치를 위해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계획이 있던데 서울시에 카지노를 허가하면 다른 시도들이 특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나.

“외국사람 눈으로 볼 때 대한민국 하면 서울이다. 현재 외국 관광객 600만 명 중 480만 명이 서울을 방문한다. 서울에 온 사람이 제주도도 가고 속리산도 가고 하회마을도 간다. 서울은 한국 관광의 시작이다. 서울에 볼 게 있고, 즐길 게 있어야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온다. 무조건 서울 중심이라고 말할 일이 아니다.”

―올해 첫 삽 뜨는 차이나타운도 같은 맥락인가.

“중국 관광객들은 입맛이 우리와는 좀 다르다. 한국에 먹을 게 없다고 한다. 자기네 나라 음식을 달라는 거다. 차이나타운을 만들어서 그런 취향을 만족시켜 줘야 한다. 마포구 연남동에 들어설 것이다.”

―이 기회에 중앙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새 정부의 화두는 경제 살리기다. 그 중 건설경기 활성화가 파급효과가 크다. 그런데 온갖 규제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각종 부담금이 건설업체의 의욕을 꺾고 있다. 개발관련 부담금이 46종류나 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부담금 감면을 정부에 건의할까 한다. 또 하나 예정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실적공사비에 거품이 많다. 기본이 부풀려져 있으니 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돼 세금을 낭비한다. 서울시의 연간 공공 공사비용 4조 원 가운데 30% 정도가 거품이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장기전세주택(Shift) 제도는 중앙정부가 정책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던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꿔놓은 정책이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 가격으로 임대하며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은 3만4000여 채로 늘어난다. 이 제도는 새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으로 채택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전임 시장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현 시장도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대권 도전에 뜻이 있는가.

“시장 임기가 끝나면 대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지금 하고 있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고객들이 다산콜센터(국번 없이 120)를 많이 이용해 주십사 하는 거다. 120은 서울시의 민원서비스 전화다. 불편한 일, 억울한 일, 알고 싶은 일 모두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애인을 만나 오늘 뭐하고 놀까 고민될 때도 120으로 전화하면 된다. 시민들이 시청의 덕을 많이 보셨으면 한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세훈 시장은

△서울 출생(47세) △대일고, 고려대 법대 졸업, 법학 박사 △사법고시 26회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및 상임집행위원 △제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2003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2004년) △서울시장(2006년∼)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김진선 강원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2〉김완주 전북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3〉박광태 광주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4〉김태환 제주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5〉박준영 전남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6〉허남식 부산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7〉박성효 대전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8>김태호 경남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9>박맹우 울산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0>이완구 충남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1>정우택 충북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2>김범일 대구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3>김관용 경북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4>안상수 인천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5> 김문수 경기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16·끝>오세훈 서울 시장

“서울광장… 궁궐… 정류장… 매일 문화폭탄 터질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청 앞 광장에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민들이 시내 어디에서든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그는 “올해는 ‘문화폭탄’이라고 할 만큼 다채롭고 많은 문화 향유 기회를 시민들께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가 끝나는 5월 1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약 130일간 매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문화 행사를 열 예정이다.

클래식, 대중음악, 발레, 힙합 공연, 패션쇼에 각종 전시회가 곁들여진다. 평일에는 오후 8시, 토요일과 일요일엔 오후 6시 행사가 시작된다.

지난해까지 봄에만 치러지던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4계절 축제로 거듭난다. 봄 축제는 5월 4∼11일 서울광장과 5대 궁궐에서 ‘궁(宮)’을 주제로 펼쳐진다. 여름에는 ‘한강의 열정’, 가을에는 ‘예술의 도시’, 겨울에는 ‘서울의 빛’을 주제로 축제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이 매월 한 차례 개최하는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천원의 행복은 관람료 10만 원 내외의 공연을 추첨을 통해 1000원만 내면 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지하철 역사나 버스정류장 등에서 시를 느끼도록 하는 ‘시가 흐르는 서울 프로젝트’에 따라 올해 3083곳에 1만 점의 작품이 설치되기도 한다. 도심 곳곳을 갤러리처럼 꾸미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동안 릴레이 인터뷰에 응해 주신 16개 시도지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