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전쟁’ 선봉장… 법조 3인방 떴다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50분


민주-박재승, 한나라-안강민, 선진당-천기흥

《18대 총선 공천 심사에서 ‘법조인 3인방’이 대한민국 정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 통합민주당 박재승 위원장, 자유선진당 천기흥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현재 당 지도부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개혁공천’을 주도하며 기존 정치의 큰 벽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기존 정치문화를 불신하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스타’로 급부상했다.》

서울지검장 출신의 안 위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천 위원장은 둘 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법고시 8회 동기이다. 천 위원장과 박 위원장은 대한변협 회장 직을 바통 터치해 이들은 서로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안 위원장은 그동안 “당내 계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13일 ‘영남 대학살’로 불릴 만큼 큰 폭의 현역 물갈이를 이뤄내 한 방에 ‘뚝심 위원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보다 한나라당 공천이 더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은근한 경쟁심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공천심사위원에 대해 ‘코드 인사’를 하겠다”며 개혁 의지가 강한 외부 공심위원을 선임한 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사들을 공천 대상에서 모두 배제해 내로라하는 중진들을 탈락시키며 정당 공천 ‘쓰나미’의 단초를 마련했다. 그는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의 수도권 출마도 이끌어냈다.

‘신보수주의’라는 가치에 동감해 선진당에 합류한 천 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을 보러 온 이회창 총재에게 “전국정당을 목표로 한다면서 왜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에 출마하느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이 총재를 진땀나게 했다. 또 공천 심사 면접을 해당 지역에서 실시해 ‘권위의식을 벗어버린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도 받았다.

‘개혁공천’의 목표는 같지만 이들의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박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 나서며 본인의 의사를 적극 주장하는 반면, 안 위원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며 공천 내용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 천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선진당의 전국 정당화는 쉽지 않다”고 말하는 등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사심 없는 개혁은 박수칠 만하지만 대한민국 거대 정당의 공천을 정치에 거의 문외한인 법조인들의 손에 맡긴다는 사실은 씁쓸하다”는 반응도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