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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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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28일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국정원이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의 내정에 따라 그동안 새 정부가 밑그림을 그려 온 국정원 개혁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간소화와 기능 효율화, 북한 내부 정보 등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 수집 기능 강화가 핵심이다.
▶본보 2월 18일자 A1·3면 참조
“국정원 1급이상 31명 대폭 물갈이”
통일부 따라하기 - 외교관 흉내 - 지역기관장 행세 못하게
▽조직은 줄이고 효율은 키우고=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되는 대로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10년 만의 정권 교체에 이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낙마 등에 따라 내부 기강 해이가 우려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새 정부가 모든 정부기관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 조직 간소화 원칙에 따라 우선 고위직 자리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지금의 차장 세 자리 가운데 북한 담당 3차장 자리가 해외 담당 1차장에 흡수돼 차장 자리가 두 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차장급인 기획조정실장직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급 이상 간부 31명을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는 조직 안팎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1급 승진 1년 미만자를 제외한 간부들을 원칙적으로 용퇴시키거나 능력에 따라 선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간부가 벌써부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고위직을 물갈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재배치하는 것이 조직 안정과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고질적인 정치권 인사 로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직 기간에 따라 동일한 기본급을 받는 단일 호봉제를 도입하고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제도 강화할 예정이다.
정치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2차장 산하 국내 파트의 조직과 인력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하는 일 없이 ‘지방 기관장 행세’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 온 지방조정관 자리는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등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기관=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김 전 장관의 내정을 발표하면서 “국정원의 기능이 경제 살리기와 글로벌 코리아라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맞도록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을 전한 것도 향후 국정원의 개혁 방향을 시사한다.
먼저 북한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 업무를 강화하고 해외 파트의 조직과 인력을 ‘선택과 집중’에 따라 재배치해 국정원 본연의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햇볕정책’이 진행된 지난 10년 동안 국정원이 ‘통일부 따라 하기’를 했다는 비판의 원인을 제공한 대북 협상 조직 및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그 대신 북한 정보 수집 및 분석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예로 북한의 대남 경제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위원장인 정운업의 자택에서 2000만 달러가 발견된 사실을 중국 정보통은 알고 국정원은 모르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외교관 흉내 내기’라는 지적을 받아 온 해외 파트의 조직과 인력 배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강대국 등의 주재 인력은 늘리고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철수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해외 현지 언론을 통한 정보 수집 등 일반 외교관들이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일에서는 손을 떼고 그들이 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정보 수집 활동 및 자원외교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보 수집 기능은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