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안하게 하는 대통령 되길…”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2분


새 시대를 여는 팡파르이명박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방부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 시대를 여는 팡파르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방부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취임식 시민반응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수백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다. 취임식에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직업과 연령은 저마다 달라도 이들은 새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 성공한 대통령으로 청와대를 떠나게 되기를 한결같이 바랐다.


▲ 영상취재 : 동아닷컴

○ “국민 화합에 힘써 줬으면”

6·25전쟁 때 총상을 입은 국가유공자 조정연(83·경기 안산시) 씨는 “취임식을 보려고 아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부디 우리나라 정치를 새롭게 바꿔 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씨는 조금이라도 취임 장면을 잘 보기 위해 화단 위에 힘겹게 올라가 자리를 지켰다.

제주 수정사의 도산(62) 스님은 “새 대통령이 학연 지연 종교를 떠나서 국민 화합에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상철(35·애니메이션 제작) 씨는 “새 정부는 정치 지향에서 벗어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도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4시 광주에서 올라온 최병춘(66) 씨는 “상고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오른 분의 신화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며 “초심을 버리지 말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대통령이 되길 빈다”고 덧붙였다.

경기 시흥시에서 온 손시호(65) 씨는 “새 정부는 이전 정부처럼 국민 혈세로 대북사업에 퍼주기를 하거나 세금폭탄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으로 유학 온 미국인 토머스 커터메인(25·한국학 석사과정) 씨는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춤과 노래가 함께하는 흥겨운 파티 분위기여서 엄숙한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과는 사뭇 다르다”고 흥미로워했다.

영국인 앤서니 파커(43·경영 컨설턴트) 씨는 “영국에서는 총리가 국민과 평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취임 행사가 간소하다”며 “한국 대통령은 영국 총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권위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부 시위대는 시민과 몸싸움

군중이 모이면서 홍보 효과를 노린 시위대가 행사장 주변으로 몰렸다.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구조조정 저지’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자 일부 시민들은 “왜 좋은 날 이곳에 와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시위대 일부는 시민 및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원 이경룡(54·여) 씨는 “일터에서 쫓겨나 8개월째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며 “새 대통령이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데 애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내세우며 1인 시위를 벌이던 김철환 씨는 취재진이 몰리자 경찰에 의해 저지선 밖으로 끌려 나왔다.

경찰은 행사 시작 전 국회 정문 앞 70m 지점부터 초청권이 없는 시민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보안검색대 부근까지 가서 행사를 보려던 일부 시민은 경찰이 막아서자 항의했다.

○ 버스-택시 승객 창 활짝 열고 환호

이 대통령이 취임식장인 국회를 떠나 청와대로 향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국회 앞 도로를 지나던 시민들은 “이명박 최고다. 만세!” “엠비(MB)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서울 마포구 공덕로터리에서 대통령의 행렬을 기다리던 한 시민은 “역사적 순간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지나가는 것이라도 보러 왔다”고 말했다.

마포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달리던 버스와 택시의 승객은 창을 활짝 열고 대통령의 행렬에 박수를 보냈다.

교통 통제가 25∼30분 계속되자 퀵서비스 업체 직원들은 인도에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고 기다리면서 “대통령이 취임하는 좋은 순간이지만 나부터 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 섞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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