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李회동 ‘교감’ 있었나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합의문 교환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오른쪽)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양당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합의문 교환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오른쪽)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양당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李당선인 27, 28일 청문회 날짜 정확히 예고

盧대통령 거부권 뜻 접어… 주고받기 모양새

여야가 강경 대치하던 정부 조직 개편 문제에 20일 전격 합의하면서 18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 뒤 이틀 새 ‘정치적 타협’으로만 보기 어려운 일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18일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은 회동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회동 후 대화 내용 중 일부만 공개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해양수산부 존폐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이날 노 대통령은 “물류 측면에서만 볼 때 해양부 통합은 일리가 있다”며 이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한 노 대통령이 와전될 만한 발언을 꺼낸 것도 이상했지만 이 당선인은 이날 저녁 조각(組閣) 명단을 전격 발표했다. 당일 저녁 이 당선인은 “인사청문회가 27, 28일쯤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협상이 타결되면서 인사청문회는 27, 28일쯤 열리게 됐다.

노 대통령은 회동 다음 날인 19일 “새 장관 임명 전까지 현 부처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 당선인 측이 이를 즉각 수용해 ‘신 대통령-구 내각 체제’를 예고했다. 이후 국정공백과 정책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19일엔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再議)가 요청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 표결이 갑자기 노 대통령 퇴임 후인 26일로 연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 개최 직전 상정을 거부한 것.

20일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해양부 존치’ 주장을 철회했다. 아무리 정치의 미학이 ‘막판 타협’이라도 노 대통령의 해양부 언급 이후 나타난 변화란 점에서 묘하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의 회동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러날 대통령과 들어설 대통령의 면(面)을 세워주는 ‘선물’을 주고받는 모양새를 보였다. 18일 아침 1시간 45분간 진행된 청와대 회동에서 ‘딜’이 있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 합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시사란 당초의 견해에서 선선히 수용 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출범에 끝까지 어깃장을 놓는다는 여론의 질타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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