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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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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이며, 졸속으로 이뤄져 왔다”고 비판한 뒤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내용에 문제가 많아 심각한 부작용이 분명히 예상되고, 그 절차가 매우 비정상적이며, 대통령의 철학, 소신과 충돌하는 개편안에 서명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조직 개편 문제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려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관련된 40여 개의 법안을 다 검토해야 한다”며 대통합민주신당에 ‘투쟁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거부권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 진전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再議) 요구, 즉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2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137석)이 통일부 통폐합 등을 반대하고 있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함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천 수석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절차가 졸속이고 대통령의 소신과 반하는 대대적인 개편안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면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매우 부당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수위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2개 이상의 부처 기능이 통합되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부 외교통일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농수산식품부 보건복지여성부 국토해양부 등 8개 부처에 복수 차관을 두는 내용의 직제개편 지침을 확정해 조만간 각 부처에 보낼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한나라 “새정부 일까지 몽니 부리나”
신 당 “여야가 지혜모아 해결할 일”▼
한나라당은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리자는 것으로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 정부의 출범에 적극 협조해야 할 현직 대통령이 협조는커녕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은 물러나면서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한껏 남용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어이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퇴임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새 정부의 일에까지 몽니를 부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러니 국민이 노무현 시대를 ‘역주행 5년’이라 규정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 대통령은 압도적으로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 정부가 반듯이 주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는 국회가 알아서 잘 해줄 것으로 본다”며 코멘트를 하지 않았으나 인수위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청와대의 언급이 이해가 가는 측면은 있지만 이 문제는 여야가 지혜를 모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손낙구 대변인은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보장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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