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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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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강익강 약익약형 조직개편 걱정돼”
이명박 “대통합해야 기능적인 원스톱 업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 개편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위해 자신이 언급한 ‘대야 협력 모델’ 실천에 들어가 결과가 주목된다.
이 당선인은 17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을 잇달아 방문해 조직 개편안의 원만한 국회 통과 협조를 요청했다. 18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방문한다.
이 당선인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야 관계에 대해 “의회와 행정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여야가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순조롭게 ‘출항’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개편안 등 각종 법률의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대통합민주신당 등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번 이 당선인의 ‘대야 협력 요청’ 행보는 ‘대야 협력 모델’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 당선인은 이날 국회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실로 손학규 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과거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시절부터 몸에 밴 ‘직접 나서 될 때까지 설득하고 설득하라’는 이 당선인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수천 회 설득 과정을 거쳐 청계천 공사를 마무리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당선인과 손 대표는 가끔 서로의 손을 잡아 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직설화법을 써 가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여야가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자”며 줄곧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개편안이) 얼핏 보기에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 같다”면서 국무총리 위상의 격하, 통일부 해양수산부 여성부 정보통신부 등의 통폐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융합을 한 것이고 (기능이) 강화됐다” “위상이 격하된 것이 아니다”라며 손 대표를 설득했다.
이 당선인이 손 대표를 방문하기 10여 분 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손 대표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민주노동당 당사를 찾아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정운영의 협조를 당부했다.
심 위원장은 “(민노당은) 공공 복지 여성 통일 문제를 중시한다”며 “(개편안을 보니) 힘 있는 부처는 더욱 강해지고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부처는 힘이 줄어 강익강 약익약(强益强 弱益弱)형 조직 개편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수요자 처지에서 기능적으로 ‘원 스톱’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 모든 추세가 대통합을 더 요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부 폐지를 두고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였다. 심 위원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섭섭했다. 국민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차기 정부가 여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공세를 펴자 이 당선인은 웃으면서 “심 위원장은 여성 대표가 아니고 남녀 전체의 대표다. 서울시장 재직 때 여성부처를 따로 두니 다른 부처에서 관심이 없어 (일이) 진전이 안 되는 게 확실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심 대표가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하면 많은 여성이 당선인에 대해…”라며 공세를 이어가려 하자 이 당선인은 또 웃음을 지으면서 “내가 딸이 셋이다”라고 방어막을 쳤다.
한편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원회 인근 중식당에서 인수위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전날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달라”고 격려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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