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시장 무시하는 국가 없다”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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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노선 반발 당내 세력에 일침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16일 “지금 시장을 거부하고 무시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어디 있느냐”며 자신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반발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뼈 있는 일침을 가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세력의 새로운 노선을 찾아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는 일부 세력을 겨냥해 “우리 몸은 현재 상태만 유지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이루면서 일부 세포는 죽어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난다”면서 “하물며 큰 병과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이를 치유하는 노력은 커다란 변화 없이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20년 전 영국 유학 시절을 소개하며 “당시 영국 노동당의 이념 투쟁이 활발할 때 좌로 가자, 우로 가자는 쪽이 있었다. 그 와중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노동당의 이념에) 마켓 소셜리즘(market socialism·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심한 듯 “지금 시장을 거부하고, 시장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어디 있느냐. 시장경제를 부정한다면 세상에 뒤떨어진 사람일 것”이라면서 “우리가 우리 위치를 어떻게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할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에서 ‘손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이 자칫 이명박 따라 하기로 귀착되는 것 아니냐’는 전통적 지지 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나온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당이 보수 색깔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은 보수냐, 진보냐를 가지고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어떻게 해 줄 것이냐 이런 것이 바로 정치가 할 일”이라고 답했다.

손 대표는 이어 “민생 현장을 보면서 (당의) 노선 변화 같은 이런 개념은 (민생 현장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념이나 노선을 가지고 하는 정치는 안 된다”면서 “국민은 이념이나 노선에는 관심이 없다. 이념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빵을 먹고 산다. 나는 그런 것을 추구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관련해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한 해양수산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에게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존속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대륙국가도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양대국의 꿈도 필요하다”면서 “여러분이 해양수산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라고 자부심을 갖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답이 있을 것이며 당에서 깊이 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가족부 존속과 관련해서는 “경기도지사 시절 가장 먼저 가족여성국을 만들고, 여성이 사회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펴 왔다”면서 “여성계에서 바라는 바가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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