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네거티브 선거전과 언론 보도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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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네거티브 공방에 매몰되면서 건전한 정책 대결이 실종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여과장치 없는 보도로 인한 인권 침해 요소도 적지 않았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6일 ‘네거티브 선거전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이번 대선 보도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양우진(영상의학과 전문의)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한방의 추억’에 유권자 알권리 날아갔다

―이번 대선 보도를 총평해 본다면….

▽김일수 위원장=대표적으로 거론된 ‘BBK 주가조작 사건’은 정책의 차별성과는 무관하게 감성에 호소하는 네거티브 검증이었습니다. 이성적이어야 할 선거보도가 이른바 ‘한 방의 추억’에 묻히는 바람에 선거문화를 최악으로 얼룩지게 했지요. 유권자의 염증만 키우고 좌절감을 안겨준 탓에 63%라는 대선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낳고 말았습니다.

▽윤영철 위원=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면 후보 간 정책의 차별성을 알리는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었겠지요. 인신공격과 주변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 비난으로 일관된 이번 선거 보도는 유권자에게 유용한 판단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정책선거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황도수 위원=자질 검증을 빙자한 ‘지저분한 공방’으로 흐른 점이 문제입니다. 대중을 선동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이용해 득표하려 했지만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는 없었다고 판단됩니다. 유권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정책적 판단에 따라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언론의 보도 태도는 성숙한 유권자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봅니다.

▽양우진 위원=네거티브 전략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네거티브 전략이 공권력의 핵심인 검찰의 수사 결과마저 신뢰하지 않으려 드는 ‘억지’ 수준으로까지 갔습니다.

일부 언론이 후보 간의 정책을 비교하고 부각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난무하는 네거티브 공방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인권적 측면도 짚어 주시지요.

▽김 위원장=진실 여부는 제쳐두고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나 ‘신용파탄자’라고 모욕하는 등 한계를 넘어서는 보도가 여과 없이 나오면서 주변 인물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도 장외에서 음해하고 무력화하려 시도했으니, 단순하게 검찰이 ‘유탄’을 맞았다기보다는 법과 원칙이라는 공권력의 신뢰와 위신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걱정됩니다. 자칫 인권의 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에 유념해 언론이 좀 더 세심하게 짚고 걸러 주어야 했습니다.

▽윤 위원=명백한 범죄 피의자의 발언을 여과 없이 전하며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 네거티브 캠페인이 펼쳐졌으니 선거판이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도덕적 우위에 있는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알 권리를 훼손당하고 말았습니다. 후보자에 대한 멸시와 모욕 수준을 넘어 주변 인물에 대한 의혹까지 지속적 반복적으로 보도됐으니 인권 침해 지적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 방향은….

▽황 위원=네거티브 전략도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 몫을 다해 주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경제, 특히 성장이 정책 대결의 핵심 화두였으니 언론도 성장의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후보자 간 차별성을 비교 분석해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거전을 끌고 갈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윤 위원=정치공학자들은 정치가를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과 ‘거짓말을 진실처럼 믿게 하는 정치인’의 두 부류로 나누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으로 판단한 결과 네거티브 전략은 먹히지 않았지만, 그 대신 저조한 투표율을 낳고 말았습니다. 유권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 대결을 유도하는 언론의 노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냉철한 반성이 요구됩니다.

▽김 위원장=언론이 선거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역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습니다. ‘한 방의 추억’에 미련을 두지 말고 정책토론으로 연계해 가는 중간자적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난무하는 네거티브 공방을 완화하고 건강한 토론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해 본질과 핵심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적극적 기능이 절실합니다.

▽양 위원=‘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나 ‘흘러가버린 것은 그만’이라는 인식은 이제 바꿨으면 합니다. 대선에서 나타난 허(虛)와 실(實), 전(前)과 후(後), 진실과 거짓 등을 총체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진단해 보는 특집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비록 대선은 이상한 양상으로 흘렀지만 다가올 총선은 네거티브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도록 되짚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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