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측, 계약서 3개라더니 ‘한글 계약서’ 추가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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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봅시다” 어수선한 회견장 21일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아내 이보라 씨를 비롯한 김 씨 가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몰려든 50여 명의 취재진과 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려는 김 씨 측 관계자들이 회견장 입구에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신분증 봅시다” 어수선한 회견장 21일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아내 이보라 씨를 비롯한 김 씨 가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몰려든 50여 명의 취재진과 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려는 김 씨 측 관계자들이 회견장 입구에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BBK 투자사기 사건의 장본인 김경준 씨와 그 가족이 연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혹 제기 때마다 내놓는 주장이 조금씩 바뀌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① 30쪽 계약서 있다→계약서는 3건이고 30쪽 넘는다

김 씨 가족의 이 후보에 대한 공세는 한나라당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든 8월 시작됐다. 당시 수감 중이던 김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BBK는 100% 이 후보 회사’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입증하는 계약서를 맨 뒷장과 표지만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영문으로 작성된 30쪽 분량의 계약서 전체를 9월 한국에 귀국해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면계약서 공방’의 서곡이었던 셈이다.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일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이 (한국에) 가져간 것은 이면계약서 사본이며 검찰에 이미 제출했다. 이면계약서는 3건이며 30쪽이 넘는다. 내일(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면계약서가 1개가 아닌 3개이고, 그 분량도 당초 김 씨가 밝힌 30쪽보다 많다고 한 것.

②계약서는 3개→한글과 영문으로 된 계약서가 4개

김 씨 아내 이보라 씨는 21일 기자회견에 나서 “영문과 한글로 된 이면계약서가 4개”라고 했다.

이 씨는 “한글로 된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 씨가 전날 언급했던 이면계약서 3개가 하루 만에 하나 더 늘어난 것. 더구나 그동안 언급이 전혀 없던 ‘한글 계약서’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씨는 계약서 내용 대신 사본의 표지와 사인이 담긴 뒷장만 공개하고는 기자회견을 마쳤다.

③계약서 전체를 제출하겠다→일부만 제출한 채 미적미적

또 김 씨가 옥중 인터뷰에서 “계약서 전체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검찰에 제출한 것은 사본 일부분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검찰 수사에 중요한 자료를 원본도 아닌 사본으로 제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 김 씨가 결백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해 하루 빨리 혐의를 벗는 게 맞지 않느냐”며 “계약서의 개수나 분량을 계속 바꿔 가며 원본 제출에 시간을 끄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김 씨 가족이 보냈다는 10kg 분량의 관련 자료를 아직까지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자료는 김 씨의 국내 송환 즈음에 이미 국내에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 김 씨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이 요구한 이면계약서 원본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우편보다는 인편으로 검찰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단독 범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명박 후보 연루 증거 못 내놔

김 씨 가족은 김 씨의 국내 송환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이 김 씨의 단독 범행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실제 김 씨의 아버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한국에 가면 이 후보 측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 김 씨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김 씨 아버지의 말대로 김 씨가 이 후보 측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했다면 김 씨에게 주어진 절차상 해명 기회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⑤동생 일 아는 게 없다→동생 움직임 언론에 알리는 등 대변인 역할

김 씨의 국내 송환이 임박하던 10일 에리카 김 씨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동생 일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김 씨가 송환되던 16일 에리카 김 씨는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동생이 오늘 오전 6시경 연방 마셜(보안국) 관계자들의 호송 속에 구치소를 나왔다”고 알렸다.

에리카 김 씨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자료를 제시하겠다고 언론사에 예고했지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김 씨의 어머니 김명애 씨는 20일 인터뷰에서 “겨울용 옷가지 등을 전해 주기 위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면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⑥석연찮은 변호사들의 변론 포기

김 씨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연거푸 변론을 포기한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김 씨의 국내 송환 직전 미국 변호사가 김 씨의 변론을 포기했고, 송환 후 변호인으로 선임했던 박수종 변호사는 사건을 맡은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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