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차고도 웃은 김경준 ‘불안’ 감추려 ‘여유’ 연출한 듯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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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씨는 16일 한국에 송환돼 검찰 청사 입구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순간 입을 벌리고 웃었다. 구속집행 전에는 수갑을 찬 오른손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태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부터 ‘미국식 사고방식’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세대 의대 신경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김 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보여 준 웃음에 대해 “죄의식 없이 자신을 권력의 희생양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사기라는 명백한 범죄 사실은 잊은 채 정치적 상황에 자신을 맡겨 정의의 사도인 양 행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대 이웅혁(범죄심리학)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사기꾼이나 연쇄살인범이 범행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을 즐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 씨 역시 이번 대선과 관련해 온 나라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황을 즐기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동명 소속 전우석 변호사는 “실제로는 극도로 불안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 연출한 표정일 수 있다”며 “피의자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여유를 보이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식 사고방식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카고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이모(47) 씨는 “미국인들은 침울하거나 주눅 들어 있는 표정을 보이는 사람은 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씨가 한국에 송환돼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을 지은 것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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