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집중력 昌지구력 鄭지도력…후보들 지금 필요한 건 뭐?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코멘트
범여권 “李후보 소득 누락” 공세 강화… 李측, 자녀세금 납부

후보단일화 지지부진… 신당 “합당 합의 존중” 가까스로 봉합

대선후보 등록 시작(25일)을 열흘 앞둔 대선 정국이 ‘김경준 귀국’ ‘이회창 지지율’ ‘범여권 단일화’라는 3각 변수와 맞물려 여전히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각 독립적인 이들 변수는 조만간 서로 얽히면서 다양한 정치적 파급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김경준 씨가 귀국해서 별다른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면 ‘범여권 단일화’ 등 다른 변수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대선 전까지 계속 인구에 회자(膾炙)될 이들 변수를 점검해 본다.

○ 과연 무슨 말 할까-김경준의 입

‘BBK 투자사기사건’의 김 씨가 던질 수 있는 파문은 ‘이명박의 도덕적 결함’이다. 이를 놓고 한나라당은 “김경준은 사기꾼이므로 이 후보는 결함이 없다”고, 범여권은 “김 씨 말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관건은 김 씨 관련 의혹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내용이 어려워 유권자들에게 진실 여부를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는 것.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에 비하면 BBK 사건은 거의 암호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김 씨가 제기할 ‘예상 의혹’에 대한 간결하고 알기 쉬운 해명을 집중 유포해 ‘김경준=사기꾼’이라는 점을 각인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안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관련 의혹이 대선 전까지 충분히 해명되지 못한 채 ‘공회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체는 몰라도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이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건 등 예상치 못한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어 대선 전까지 이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된 이슈는 계속 제기될 수도 있다.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강기정 의원은 “이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 중 일부 사무실의 관리비(월 110만 원)를 임대료(월 100만 원)보다 높게 책정해 소득을 누락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 자녀의 세금 미납과 관련해 “이 후보가 13일 종합소득세 및 주민세(2001∼2006년분)에 대해 수정 신고를 한 후 4300여만 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와의 후보 단일화도 이 후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현재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 등을 통해 이 전 총재를 맹비난하면서도 이 후보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후보 등록이 끝난 뒤 이 전 총재와의 1, 2위 싸움이 계속될 경우 양측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 15%대 유지할 수 있을까-昌 지지율

박근혜 전 대표의 이 전 총재 출마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심리적 저지선인 15%대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이를 유지하며 ‘박스권 지지율’을 형성하면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해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고, 하락세를 보이면 이 전 총재가 밝힌 대로 이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살신성인’을 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견해 표명으로 이 전 총재가 정치적 타격을 받았는지는 현재 정확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3일 여론조사 기관인 ‘R&R’에 의뢰한 결과 이 후보는 43.7%, 이 전 총재는 14.4%로 나타났다”며 “당이 일주일 전에 실시한 조사보다 이 전 총재는 5.3%포인트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측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누가 믿느냐”며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 전 총재 측은 고향인 충남을 기반으로 한 충청권에서의 지지율이 여전하고, 대구·경북(TK)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바닥 정서가 여전히 이 전 총재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에는 무엇보다 김경준 씨가 귀국하면 이 전 총재가 주장하는 ‘이명박=불안한 후보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부산시 부산일보 빌딩에서 열린 특강에서 “짧은 기간이라도 얼마든지 깜짝쇼나 갑자기 생긴 사고로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정권 교체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 화학적 결합 가능한가-범여권 단일화 민주당과의 합당 발표 하루 만에 취소에 가까운 혼란을 보인 대통합민주신당은 14일 다시 상황을 수습했다. “이러다간 다 죽는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선대위원장단·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를 열어 “(민주당과의) 4자회동 합의를 존중하며 협상단을 운영하기로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대선이 30여 일 남은 시점에서 정동영 후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문제가 되는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협상단에 맡기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무 협상 테이블에 4자 회동 합의 사항이 의제로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갈등의 소지는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설 예정. 하지만 당 대 당 통합 등 세력통합이 아닌 정책연합 방식이어서 단일화 효과가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세력과 세력이 권력만을 위해 무원칙하게 몸을 섞는 단일화에 관심 없다”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일단 25일 대선후보 등록은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정 후보와 문 후보의 후보 단일화는 좀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