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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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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한테 ‘말이 좀 통한다’고 해 놓고 ‘아차’ 싶었다고요. 김정일하고 말 잘 통하면 ‘북한 가서 살아라’ 이렇게 나올 것 같아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별로 크게 시비 없이 넘어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2시간여 동안 특유의 화법으로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소회, 뒷이야기와 함께 대통령과 지지율의 함수,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등을 쏟아냈다. 다음은 노 대통령 발언 요지.
▽핵 문제=‘핵 문제는 꼭 해결하고 와라’는 게 당부였는데 상식적으로 핵 문제는 지금 6자회담 코스에서 잘 가고 있지 않나. 되고 있는 것을 마치 도둑놈 취급하듯 ‘여보쇼, 핵 어쩔 거요’라고 따지면 그건 싸우러 가는 거지 협상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꼭 얘기하고 오라니까 안 할 수 있나. 그냥 왔다가는 또 무슨 매를 맞을지 모르는데. 아주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핵 안 가진다. 김일성 장군의 유훈(遺訓)이다’란 걸 확인했다.
▽한나라당 및 대선 후보=이때는 이 말하고, 저 때는 저 말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 그거 문 닫으라고 그렇게 아우성치더니 지금은 개성공단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개성공단 가서 사진 찍고 내려온다. 부끄럽지 않은가 모르겠다. 누구든지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전략적 비전을 내놔야 한다. 딱 감춰 두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 화투치기 할 때 속임수 쓰듯 카드 하나 쑥 꺼내선 안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수해 지원에 대해 각별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라. 형식적으로 딱딱한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역시 남하고는 다르다’고 자연스럽게 하더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하루 만에 하루짜리 회담에서 이 많은 가짓수를 합의해 버린 정상회담은 세계 역사상 없을 것이다. 외국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무리 미우니 고우니 하고 으르렁거리고 싸워도 통역 안 하고, 문화가 똑같으니 쳐다보고 안 통할 이유가 없더라. 그런데 안 통하는 게 있더라. ‘너 왜 자주(自主) 안 하냐’고 막 따지더라.
▽지지도=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지지도가 10%나 올랐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역사를 되돌리거나 국민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을 지지해 줘야 한다. 일을 해 보면 지지도 있을 때 하는 일이 잘된다. 지지도가 땅에 떨어져 있을 때는 의제를 내놓으면 여당이라고 하는 사람들부터 눈치 보고 딴전 부리고.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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