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무슨 매 맞을지 몰라 핵문제 간결하게 얘기”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1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1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盧대통령 민주평통 연설… 정상회담 뒷얘기 등 밝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한테 ‘말이 좀 통한다’고 해 놓고 ‘아차’ 싶었다고요. 김정일하고 말 잘 통하면 ‘북한 가서 살아라’ 이렇게 나올 것 같아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별로 크게 시비 없이 넘어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2시간여 동안 특유의 화법으로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소회, 뒷이야기와 함께 대통령과 지지율의 함수,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등을 쏟아냈다. 다음은 노 대통령 발언 요지.

▽핵 문제=‘핵 문제는 꼭 해결하고 와라’는 게 당부였는데 상식적으로 핵 문제는 지금 6자회담 코스에서 잘 가고 있지 않나. 되고 있는 것을 마치 도둑놈 취급하듯 ‘여보쇼, 핵 어쩔 거요’라고 따지면 그건 싸우러 가는 거지 협상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꼭 얘기하고 오라니까 안 할 수 있나. 그냥 왔다가는 또 무슨 매를 맞을지 모르는데. 아주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핵 안 가진다. 김일성 장군의 유훈(遺訓)이다’란 걸 확인했다.

▽한나라당 및 대선 후보=이때는 이 말하고, 저 때는 저 말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 그거 문 닫으라고 그렇게 아우성치더니 지금은 개성공단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개성공단 가서 사진 찍고 내려온다. 부끄럽지 않은가 모르겠다. 누구든지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전략적 비전을 내놔야 한다. 딱 감춰 두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 화투치기 할 때 속임수 쓰듯 카드 하나 쑥 꺼내선 안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수해 지원에 대해 각별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라. 형식적으로 딱딱한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역시 남하고는 다르다’고 자연스럽게 하더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하루 만에 하루짜리 회담에서 이 많은 가짓수를 합의해 버린 정상회담은 세계 역사상 없을 것이다. 외국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무리 미우니 고우니 하고 으르렁거리고 싸워도 통역 안 하고, 문화가 똑같으니 쳐다보고 안 통할 이유가 없더라. 그런데 안 통하는 게 있더라. ‘너 왜 자주(自主) 안 하냐’고 막 따지더라.

▽지지도=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지지도가 10%나 올랐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역사를 되돌리거나 국민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을 지지해 줘야 한다. 일을 해 보면 지지도 있을 때 하는 일이 잘된다. 지지도가 땅에 떨어져 있을 때는 의제를 내놓으면 여당이라고 하는 사람들부터 눈치 보고 딴전 부리고.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