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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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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불법-탈법에 개혁 자부심도 잃어
대통합민주신당 재선인 김영춘 의원이 11일 탈당했다. 김 의원은 내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선의 최용규 의원도 이날 18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같은 당 김선미 의원이 탈당했다.
141석의 원내 제1당에서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중에 의원들의 탈당 및 불출마선언이 이어지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의원 개개인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 밑바닥에는 정치에 대한 근본적 실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영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오히려 열린우리당보다 더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김선미 의원도 탈당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지나친 정체성 논의로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고, 대통합민주신당도 국민의 무관심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김영춘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사무총장으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 관여했다. 김 의원은 이때 시민사회세력과 지분을 나누면서 벌어진 각종 갈등을 지켜보며 낙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불법·탈법·부정 선거운동 사례는 민주개혁세력이라는 한 가닥 자부심마저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조정식 의원은 “김 의원의 탈당과 불출마선언은 대선에 뛰어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돕겠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정치에 대한 염증이 더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용규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강하게 드러냈다. 최 의원은 “없던 것을 있던 것으로 우기고, 있던 것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현란한 말장난 속에서…마음 아픈 일을 당한 동료에게 위로하기는커녕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열한 언사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대통합민주신당 내의 정치풍토를 개탄했다.
최 의원의 한 측근은 “김한길 전 대표가 아들상(喪)을 당했는데도 ‘당권밀약설’이 나오는 정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대선은 뒷전이고 총선만을 생각하며 행동하거나 경선 불복 움직임마저 은근히 드러내는 의원들에 대한 실망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당 중진들은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는데도 아무도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는다. 다음 총선에서 어떻게 할지만 고민하고 당은 어떻게 되든 먼 산 쳐다보듯 한다”고 주장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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